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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OOO가 살아나고 있다"

입력
2024.09.1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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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 '분명하게' 말씀을 드린다."

대통령 국정 브리핑을 채운 자신감이 벅차다.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장황한 근거는 일면 미덥다. 반복되는 한 방향의 서술이 그 이면을 뭉개는 탓이다. 오롯이 저 선언을 위해 징용된 지표와 숫자는 대통령의 자찬을 살찌운다. 그리하여 가슴은 벅차지 않다. 희망과 감격이 넘실대지 않는다는 얘기다. 감흥도 공감도 없는, 체감과는 동떨어진 연설을 굳이 따져야 하는 이 업이 슬프다.

안정되나 싶었던 집값은 2년 새 전 고점을 뚫었거나 다다랐다. 앉아서 자산을 불린 셈이다. 종합부동산세 기준 완화 등 세 부담도 덜어 준다고 한다. 집값은 뛰고 세금은 줄 테니 일석이조다. 단,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3구나 이른바 '마용성'에 집이 있어야 한다. 투기에 밝은 이가 혜택을 누리도록 11월엔 서울 인근 개발제한구역도 풀어줄 요량이다. 폭염, 농수산물 가격 급등 등 기후위기 경고 지수가 높아져만 가는데 환경 훼손 우려는 바로 지금 세대가 미래 세대라는 논리로 눙치면 그만이다.

당장 집이 없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정부가 이런저런 방법을 통해 빚 부담을 줄여 주려 애쓰고 있으니까. 집값이 더 뛰게 빚을 충분히 낼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두 달 미뤄 주는가 하면 기준금리 인하를 미룬 한국은행에 아쉬움도 표했다. 최근엔 경제가 너무 살아날까 봐 대출을 다시 조이고 있을 정도다. '개입 필요'인지 '은행 자율'인지 금융당국 수장들의 제각각 발표에 시장과 국민은 헷갈리지만 갈등도 없고 혼선도 없고 맥락은 같단다. 경제 살리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영끌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에게 언감생심, 감당하지 못할 목돈을 빌린 뒤 힘에 부쳐 아우성치면 정부가 '빚 탕감' 운운하며 달래 줄 것이다. 투자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시장 경제의 원칙쯤 경제가 살아난다는데 뭐 그리 대수겠는가. 단, 빚을 수억 원씩 빌릴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가계 소득을 보자. 2분기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8.3%나 뛰었다. 단, 상위 20% 가구에 들어야 한다. 그 반대에 위치한 하위 20% 가구는 근로소득이 7.5% 떨어졌다. 둘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역대 최고라는 고용률은 60세 이상 고령층이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가계부를 훑어보니 지출이 1년 전보다 대략 20% 늘었다. 세부 항목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동네 이발비가 1만 원에서 1만1,000원으로, 김치찌개가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오른 게 요 며칠 전이다. 우리 동네 최저가였던 곳들이다. 지표상 물가 안정과 거리가 먼 높은 생활물가는 서민에겐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계 여윳돈은 8개 분기 연속 쪼그라들고 있다.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장 마이너스(-) 행진이라고 한다.

집값 초양극화 및 지역 불균형, 빈부 격차 및 소득 불평등, 고용시장 양극화 및 세대 격차, 가난할수록 팍팍한 가계살림 등등. 우리 경제 곳곳의 양극화만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 그 간극을 더 벌리는 '부자 감세' 고집과 '건전재정' 집착이 자칭 '능력주의 정부'의 민낯이다. 이런 식이면 "감세와 건전재정 기조를 굳건히 지킨 결과, 양극화가 더욱 튼튼해졌다. 우리의 양극화 심화 추세를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씀을 드린다.

고찬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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