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헌민주당 '현실 노선' 강조... 선명성 밀려
유일한 여성 후보, 마감 직전에 겨우 등록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차기 총선을 지휘할 새 당대표 선거에 돌입했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재 선거 레이스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자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자민당 일부 계파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로 거둔 지원금 일부를 유용한 '비자금 스캔들'을 공략하며 정계 주도권을 가져오려 애쓰는데도 역부족이다.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총재 선거를 실시하는 자민당이 쇄신 이미지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입헌민주당은 지난 7일 '정권 교체'를 목표로 17일간의 당대표 선거 일정에 공식 돌입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27일)보다 나흘 앞선 23일 새 당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는 후보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를 비롯해 이즈미 겐타 현 대표와 에다노 유키오 전 대표, 여성 초선 의원인 요시다 하루미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4명 모두 '자민당·공명당(연립여당) 중의원 과반 붕괴'를 목표로 내세웠다. 노다 전 총리는 이날 NHK방송 '일요토론'에 출연해 "(차기 총선에서) 야당 의석을 최대화해 자민당·공명당 정권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즈미 대표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자민당을 쓰러뜨리기 위해 야당 간 협력을 호소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입헌민주당이 자민당보다도 개혁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박한 평가를 내린다. 자민당은 후보 난립 속에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을 비롯한 40대 정치인과 여성 후보들이 나서서 '세대교체'를 외치고 있다. 반대로 입헌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2012년 총리를 지낸 노다 전 총리나 현 대표인 이즈미 대표, 이미 한 차례 대표를 지낸 에다노 전 대표 등의 재선 여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나마 초선인 요시다 의원이 출마했지만, 추천인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후보 등록 마감 5분 전에야 겨우 등록했다. 입헌민주당과 자민당 모두 당대표 선거에 나오려면 동료 의원 20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요미우리는 "요시다 의원의 추천인은 6일까지 10명이었는데, 출마를 고민하던 에다 겐지 의원의 측근들과 노다 전 총리가 추천인을 빌려줬다"며 "당내에서 '남녀평등을 호소하는 정당의 대표 선거에 여성 후보가 없는 것은 이상하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후보들이 야당과의 연대를 의식해 선명성을 보여주지 않아 당원 및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당 강령에 '원자력발전소 제로'를 담고 있으나, 요시다 의원을 제외한 세 후보는 원전 의존도 단계적 완화로 방향을 틀었다. 또 진보 성향인 공산당과의 연대 재검토를 두고 갑론을박도 벌어진다. 도쿄신문은 "자민당이 총재 선거를 통해 쇄신과 혁신을 보여주는 반면, 입헌민주당은 안정감이나 현실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며 "현실 노선을 호소하는 탓에 자민당과의 차이가 옅어져 지지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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