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프로필 사진 만들고 경력 위조
북한 국적 위장취업자, 수천 명 추정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사이버 보안회사 노비포(KnowBe4)는 지난 7월 원격으로 근무할 정보기술(IT) 담당 직원 카일을 고용했다. 그는 회사에는 미국 워싱턴주(州)에 거주 중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는 허위였다. 그가 실제로 있는 곳은 북한이었다.
이 회사가 카일을 고용한 것은 그가 스스로를 미국인인 것처럼 감쪽같이 위장했기 때문이다. 카일은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 낸 프로필 사진과 꾸며낸 경력을 넣어 지원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이후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했다.
그를 채용하기로 결정한 스튜 쇼워맨 노비포 최고경영자(CEO)는 "카일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 아직 배워야 할 것들, 희망 경력 경로에 관해 솔직하게 얘기했다"며 "아마도 취업 인터뷰를 백 번은 해본 프로 같았다"라고 기억했다. 카일은 그렇게 정체를 숨기고 입사를 하는 데 성공했지만, 근무 첫날 회사 서버에 악성코드를 심으려고 시도했다가 내부 보안 시스템에 의해 제지당하면서 정체가 들통났다.
카일처럼 북한 국적이 아닌 것으로 속여 미국 회사에 취업하는 사례가 지난 2년 새 급증했다고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미국에 비대면 근무가 확산한 점을 파고든 것이다. WSJ는 "북한의 요원들은 단순히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것을 넘어 원격 근무자로서 비밀리에 급여를 받고 있다"며 "북한 사람들은 외국인 신원을 도용, 잠재적으로 수천 개에 달하는 저숙련 IT 일자리에 고용됐다"고 전했다.
모든 직원이 원격으로 근무하는 IT 스타트업 신더는 지난해 초부터 사기로 추정되는 취업 지원서를 수십 건 접수했다고 한다. 일부 구인·구직 사이트의 경우 이곳을 통해 지원한 사람의 약 80%가 북한 사람으로 의심됐다고 이 회사 측은 설명했다.
북한 위장취업자들은 주로 중국 등지에 거주하는데, 지원하는 회사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미국 내 조력자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북한 노동자들이 미국인으로 신분을 위장할 수 있도록 도운 매슈 아이작 크누트를 체포했다. 그는 미 테네시주 내슈빌에 살면서 북한 위장취업자를 대신해 회사로부터 업무용 노트북을 받아주고 그 대가로 노트북 한 대당 500달러(약 66만 원)의 대가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 위장취업자들이 미국 등에서 번 돈은 자금세탁 등을 거쳐 북한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를 무기 개발 등에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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