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선제공격

입력
2024.09.06 16:50
18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인근 상공에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날려 보낸 무인기가 이스라엘 전투기에 요격되고 있다. 키르야트시모나=EPA 연합뉴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인근 상공에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날려 보낸 무인기가 이스라엘 전투기에 요격되고 있다. 키르야트시모나=EPA 연합뉴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전투기 200여 대를 동원해 레바논 내 헤즈볼라에 대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헤즈볼라는 곧바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과 드론 320발을 이스라엘 국경 너머로 쏘았지만, 이스라엘 측은 선제 공격을 통해 헤즈볼라 공격 전력의 50%를 파괴했다고 평가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의 계획된 공격을 저지했다”고 자랑했다. 지속적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 비난이 쏟아지지만 이번엔 국제사회 반발을 볼 수 없다. 이스라엘은 6일전쟁으로 불리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도 선제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 선제공격은 19세기 중반 캐나다 독립군을 지원하는 미국 선박을 타격하기 위해 미국 국경을 넘었던 영국군 사례 이후 정당성을 얻었다. 선제공격을 비신사적이라 해서 옵션으로 삼지 않았던 미국은 9·11 테러 이듬해 테러분자나 불량국가에 대해 선제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채택했다. 선제공격의 첫 타깃이 된 게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다.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했지만 정작 이라크 내에서 발견되지 않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거센 비판에 시달렸다.

□ 선제공격 정당성이 인정되는 건 ‘임박한 위협’이라는 조건이 충족될 때다. 우리 군도 선제공격을 채택하고 있다. 대북 위협에 대한 3축 방어 체계가 그러하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와 대량응징보복(KMPR)은 공격받는 시점과 공격 이후 방어 대응이지만,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가 명백할 경우 발사 전 제거를 목적으로 한다. 북한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나 열차를 이용한 미사일 발사 부대를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 북한은 심지어 핵 선제공격을 명문화했다. 2022년 채택한 ‘핵무력정책법’은 핵무기 사용의 5가지 조건을 들면서 (적대 세력의)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임박했거나 국가지도부에 대한 공격 임박 시에도 선제 핵 공격을 하는 교리를 채택했다. 대량살상무기 시대에 선제공격이 가지는 이점은 절대적이다. ‘임박한 위협’의 맹점은 그러한 이점에 유혹을 느끼는 자의성에 있을 것이다.



정진황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