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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 스스로 고치는 나, '혼자 사는 삶' 두렵지 않죠"...'셀프 집 수리' 수업 모인 1인 가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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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 스스로 고치는 나, '혼자 사는 삶' 두렵지 않죠"...'셀프 집 수리' 수업 모인 1인 가구들

입력
2024.09.01 18:30
수정
2024.10.30 18: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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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1인 가구 위한 '셀프 홈 케어' 강의
전구 교체·공구 사용 등 생활 밀착형 수업
"자신감 생겼다" 1인 가구 만족도 높아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셀프 홈케어' 수업에서 강사가 수전 조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포구 제공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셀프 홈케어' 수업에서 강사가 수전 조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포구 제공

혼자 산 지 25년째인 A(42)씨에게는 늘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있었다. 갑자기 거실 등이 나가거나, 도어록이 작동하지 않는 등 예상하지 못한 집안의 잔고장이 생길 때다. 큰 수리가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혼자 고치기에 엄두가 나지 않아 방치하다 결국 주말에 수리 기사를 불러 '할증요금'까지 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A씨의 이런 고민은 지난달부터 시작한 마포구의 '셀프 홈케어' 수업에 다녀온 뒤 해소됐다. 가구 배치를 위한 실측 요령, 전동 드릴 등 공구 사용법, 전등이나 스위치를 교체하고 고정하는 법 등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다. 얼마 전에는 수업에서 배운 대로 욕실 수전을 전부 다른 색깔로 교체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해낸 것이다. A씨는 "혼자서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몰랐던 것"이라며 "혼자서도 충분히 집안을 수리하게 되면서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지난달 21일 찾은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에는 A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1인 가구' 수강생들이 모였다.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셀프 홈케어'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총 4회로 진행되는 수업 중 세 번째인 이날 수업 주제는 '변기 부속 교체하기'. 변기가 막히거나, 변기 물탱크 체인이 끊어졌을 때, 물이 내려가지 않을 때 등 다양한 잔고장 발생 시 부속만 구입해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강사인 김동혁 고령친화무장애주택협동조합 이사는 "어디가 고장났는지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이 수업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모인 6명의 수강생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수강생들은 변기 종류와 구분법, 고장 사례 등 이론 수업을 먼저 받은 뒤, 플라스틱 수조로 만든 모의 변기 모형을 직접 조립했다. "끈이 너무 팽팽하면 물이 샐 수도 있으니 너무 잡아당기면 안 됩니다" 등 세심한 김 강사의 지도에 수강생들은 변기 부속들을 설명서에 맞게 하나씩 끼웠다. 직접 찍어 온 자신의 집 변기 사진을 참고해 유사한 모형을 찾는 수강생도 있었다. "저희 집 변기는 물 내릴 때 소리가 유독 크게 나는 것 같아요", "구슬 달린 선이 삭아서 금방 끊어지는 데 어떻게 하죠" 등 질문도 쏟아졌다.

수강생들은 20분쯤 진행된 변기 모형 조립을 마친 뒤, 김 강사와 함께 강의실 싱크대에서 모형 변기에 직접 물을 채웠다. 물내림 버튼을 내리자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제대로 빠지는 것을 확인한 수강생들은 "신기하다"며 환호했다. 무엇보다 수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이다. 김은정(52)씨는 "예전에는 집에 드릴이 있어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무서웠지만, 이제는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식탁 조명도 바꾸고, 블라인드도 설치할 수 있게 됐다"며 "다른 사람 도움 없이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늘어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 '셀프 홈케어' 강의에 활용된 이론 수업 자료. 마포구 제공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 '셀프 홈케어' 강의에 활용된 이론 수업 자료. 마포구 제공

마포구는 '셀프 홈케어'를 비롯해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반려 동·식물 관리, 요가 등 헬스케어, 소셜 다이닝 수업 등이 대표적이다. 매년 늘고 있는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사회적 고립감 해소를 돕기 위해서다. 실제, 서울시 1인 가구는 2022년 기준 전체 가구(409만) 중 38.2%를 차지하고 있고, 2030년에는 16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시가 지난 3~4월 서울 거주 19~69세 1인 가구 1,835명을 조사한 결과, 87.2%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32.5%에 해당하는 1인 가구가 '내 삶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데 부담감이 크다'고 답했다.

특히, 혼자 살면서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1인 가구 대부분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23.5%), 검색 등을 통해 혼자 해결(21.2%)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2019년부터 1인 가구 사회적 관계망 구축을 통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 자치구에서도 병원 및 부동산 동행 서비스, 상담 멘토링 등을 포함해 일자리와 교육, 문화, 주거, 복지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마포구 관계자는 "중·장년 층과 여성 1인 가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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