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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으로 재생에너지 수요 폭발…그러나 한국 에너지 시스템은 임계점"

입력
2024.08.30 04:30
수정
2024.09.09 16: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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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RE100 동향과 한국의 대응' 토론회]
'재생에너지 100%' RE100, 글로벌기업들 참여
한국기업들도 대세에 동참했지만 성적은 초라해
국내 에너지 시스템, RE100 출범 이전에 머물러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할 '사회적 합의' 필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일보 RE100토론회에서 진우삼(왼쪽부터)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일보 RE100토론회에서 진우삼(왼쪽부터)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RE100 이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엄청나게 늘었지만 한국의 기존 에너지 시스템은 임계점에 이르렀습니다."


29일 한국일보가 주관한 'RE100 동향과 한국의 대응'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재 한국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의 에너지 시스템은 여전히 RE100 탄생 이전에 머물러 새로운 수요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금이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통분모를 만들어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기 위해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반드시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후 변화 대응으로 경쟁하는 기업들"...RE100 국내 가입만 37개

RE100 로고

RE100 로고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줄임말로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발족한 글로벌 캠페인이다. 그 목표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현재 400개 가까이 된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이날 "기업들이 품질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도 이 점을 인지하고 RE100에 적극 참여하고 관련해 재생에너지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올해까지 RE100에 가입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 37개다. 김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는 측면도 있지만 수출 중심의 한국 대기업들은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사인 경우가 많다"며 "고객사들이 RE100 달성을 요구하는 압박 강도가 강해져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재생에너지 조달장벽 1위 국가"...초라한 성적표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일보 RE100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정다빈 기자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일보 RE100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정다빈 기자


하지만 RE100에 가입한 한국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전체 RE100 가입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중은 평균 50%"라며 "반면 한국 RE100 가입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중은 9%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실제 2022년에 발간된 'RE100 연간 보고서'에서 한국은 "재생에너지 조달 장벽 1위 국가"로 언급됐다.

한국 재생에너지 시스템이 새로운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조영준 원장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낮아지는데 한국은 오히려 비싸다"며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재생에너지를 수급할 수 있는 계약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국내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 시장과 전력망의 변화도 더디기만 하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이 비정상적으로 저렴해 민간 영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에 뛰어들 유인은 없고 오히려 한전에 의존하고 있다"며 "특히 재생에너지의 원활한 수급에 필요한 전력망도 한전에 달려있지만 송전선로 부족으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 지역은 출력을 제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산에 걸맞은 '새 시스템' 논의해야 하는 시점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일보 RE100토론회에서 진우삼(왼쪽부터)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 김태한 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일보 RE100토론회에서 진우삼(왼쪽부터)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 김태한 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토론회에서는 재생에너지 확산에 걸맞은 새로운 시스템을 논의할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는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에는 인프라와 제도의 문제가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유수 선임연구위원도 "에너지 운영 시스템의 문제이고 이는 한 측면만 건드려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영준 원장은 "에너지 시스템이 바뀐다는 건 발전 공급 형태가 달라진다는 것"이라며 "기존 시스템의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를 거쳐 RE100 이후 만들어진 새로운 흐름에 맞게 바꿀 부분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신도시를 개발하면 토지 수용이 가능할 정도로 정책 권한이 큰 나라"라며 "정부가 의지를 가지면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재생에너지 정책 의지를 얼마나 가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무 기자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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