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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미술을 음악으로 풀어낸 윤상 "8분 작곡에 두 달 반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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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미술을 음악으로 풀어낸 윤상 "8분 작곡에 두 달 반 걸렸어요"

입력
2024.08.30 08: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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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 음악감독 맡아
DDP 외벽에 김환기 화백 작품 펼쳐져
"어울리는 소리 찾는 작업만 100시간"
"음악으로 끝을 보자는 생각으로 활동"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 음악감독을 맡은 윤상은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해보고 살자,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30여 년간 음악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A2Z 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 음악감독을 맡은 윤상은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해보고 살자,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30여 년간 음악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A2Z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 살이란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뉴미디어와 컴퓨터를 사용한 음악 제작을 배우고 느낀 것을 보여줄 기회가 왔구나 생각했어요. 설레고, 잘 해보자는 마음으로 두 달 반 동안 매달렸죠."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불리는 천재 음악가 윤상(56)이 이번엔 추상미술을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을 선보였다. 2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빛 축제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에서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빛과 소리로 표현하는 미디어아트 작업에 참여한 것. 영상 연출을 맡은 미디어 아티스트 박제성 서울대 교수가 전체 길이 220m인 거대한 DDP 외벽에 형형색색의 빛을 쏴(투사) 김 화백이 천착한 자연과 우주의 영원함과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음악감독인 윤상이 여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입혔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8분 정도인 '시(時)의 시(詩)'. '시의 시'는 영상으로 변신한 김 화백 작품에, 시종일관 잔잔하면서도 신비감을 불어넣는 음악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윤상의 세련된 감각이 은은하게 배어있다.

"김환기 화백 명성·작품에 누 끼칠까 걱정도"

윤상이 음악감독을 맡은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에서 추상미술 거장 김환기 화백 작품을 거대한 DDP 외벽에 보여주는 '시(時)의 시(詩)' 중 한 장면인 '하나의점-우주의 시작'. 인연과 관계를 탐구했던 김 화백의 후기 단색 전면점화 작품을 통해 하나의 점으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점들이 형성하는 시공간을 표현했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윤상이 음악감독을 맡은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에서 추상미술 거장 김환기 화백 작품을 거대한 DDP 외벽에 보여주는 '시(時)의 시(詩)' 중 한 장면인 '하나의점-우주의 시작'. 인연과 관계를 탐구했던 김 화백의 후기 단색 전면점화 작품을 통해 하나의 점으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점들이 형성하는 시공간을 표현했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순수미술 위에 음악을 만드는 작업은 처음이라 쉽지 않았어요. 김 화백 명성과 작품에 제가 누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그래서 드라마·다큐·영화 음악 제작 경험의 연장선상이라 생각하고, 음악보다는 소리로 접근했죠. 움직이는 영상의 빛과 색깔 등을 참고해 거기에 맞는 소리를 하나씩 덧대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순수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총 100시간 작업하고, 다섯 차례 수정했죠."

윤상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만드는 작업 같았고, 소리가 가진 힘을 느꼈다"고 평했다. 그는 "설명 없이 보면 뭘 표현한 것인가 이해 안 되는데, 그게 추상미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김환기 화백이 관심을 가졌던 우주를 떠올리며, '나른하고 아득하고, 내가 어디쯤에 존재하는구나'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도 "(윤상의 음악에) 많이 의지했다"고 했다.

윤상의 음악 인생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

30여 년간 가수 겸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윤상은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끊임없는 시도를 했다. 작곡가였던 그가 가수로 데뷔한 자체부터가 도전이었다. 그가 작곡한 90년대 히트곡 '입영열차안에서'를 가수 김민우씨가 녹음할 때, '가이드보컬'로 시범을 보인 윤상의 목소리를 듣고 제작자가 권유해 가수로 나선 일화는 유명하다. 데뷔곡 <이별의 그늘>이 담긴 1집에 이어 <가려진 시간 사이로> 등이 히트한 2집(Part 1)도 '밀리언셀러'에 오르며 한창 주가를 올렸던 93년 돌연 군 입대했다.

전역 후에도 거침없는 도전이 이어졌다. 1996년 자신의 곡을 해외 여러 나라 가수들과 협업해 해당국 언어로 번안·재편곡한 리메이크 앨범(Renacimient)을 냈고, 같은 해 신해철과 프로젝트팀 노땐스를 결성해 신나게 전자음악을 했다. 1998년엔 국내에서는 드물게 싱글앨범(Insensible)도 냈다. 그의 참신한 시도들은 때로 대중의 외면을 받았지만, 2000년 발매된 3집(Cliché)으로 인기와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러던 중 200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학부(버클리음대 뮤직신서시스학)와 석사(뉴욕대 뮤직테크놀로지)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전문적으로 공부해 사람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이후 국수를 통해 음식 문명사를 다룬 KBS다큐멘터리 '누들로드' OST, KBS뉴스 시그널 음악도 제작했고, 2018년엔 국내 가수들의 평양공연 당시 총감독을 맡았다. 아이유 '잠자는 숲속의 왕자', 러블리즈 '아츄'를 비롯 여러 아이돌 가수들과도 협업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돌아보면 모두 음악 안에서의 일탈이었어요.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해보면서 살자, 한번 끝을 보자'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팬들 설레게 할 새로운 도전 예고?

'시(時)의 시(詩)' 챕터3(점 안에 담긴 마음-순수한 사랑) 한 장면.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랑과 그리움처럼, 관계의 본질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의 직관적 연출을 통해 조화와 순수의 세계를 표현했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시(時)의 시(詩)' 챕터3(점 안에 담긴 마음-순수한 사랑) 한 장면.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랑과 그리움처럼, 관계의 본질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의 직관적 연출을 통해 조화와 순수의 세계를 표현했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가장 기억에 남는 도전은 뭘까. "현재 '프로듀서', '음악감독'으로 자리 잡기까지 쉽지 않았어요. (단순히 대중가수가 아니라) 음악하는 사람으로 방향을 틀 수 있었던, 힘들면서도 중요했던 시간은 유학이었네요."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은 29일부터 9월 8일까지 11일간 매일 오후 8시에서 10시까지, 30분마다 한번씩 상영한다. 같은 기간 글로벌 디자인 야외 전시, 둘레길 입체전시, 아트토크&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DDP 디자인&아트'도 열린다.

그는 팬들을 설레게 할 새로운 도전도 예고했다. "정규 앨범은 2009년 6집(그땐 몰랐던 일들) 발표가 마지막이었어요. 그동안 프로듀서와 음악감독으로 많이 활동했으니까, 다시 대중가수 윤상으로 돌아와, 7집을 공 들여 잘 만들려구요!" 혹시 내년에 앨범이 나오는지 물었더니 웃으며 "꼭 내년이어야 할 이유는 없어요"라고 여지를 뒀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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