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인기 게임 배경과 유사해 입소문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문화유적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가 ‘달리기’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래된 사원을 뛰어다니거나 점프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자,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도전이 이어지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유물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지만, 오히려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28일 블룸버그통신과 캄보디아 크메르타임스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유튜브, 틱톡 등 SNS 플랫폼에서는 앙코르와트 사원을 배경으로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양쪽에 돌 벽이 있는 비좁은 통로를 달아나는 듯한 짧은 동영상(쇼트폼)이 인기를 얻고 있다.
비디오에는 스릴 넘치는 음악도 깔려 있어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아슬아슬함도 느껴진다. 일부 동영상은 조회수 200만 회를 넘겼고, 매일 새 챌린지 영상이 올라올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른바 ‘템플런 챌린지’(사원 달리기 도전)다.
1,000년 가까운 역사의 문화유산 앙코르와트가 챌린지의 ‘핫플레이스’가 된 계기는 게임과 관련이 있다. 사원 석조물 일부 통로가 2011년 출시된 3차원 모바일 게임 ‘템플런’의 배경과 비슷하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해당 게임은 고대 신전에서 금 불상을 훔친 모험가들이 악마 원숭이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난 13년간 누적 다운로드 5억 건을 기록하며 역대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로 여겨진다. 앙코르와트 유적지 내 좁은 통로를 달리며 동영상을 찍으면 마치 게임을 현실에서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일부 관광객이 악마를 피해 달아나는 듯한 모습을 찍고 있는 것이다.
‘템플런 열풍’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역사학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영상 촬영을 위해 달리는 도중 돌 벽에 부딪치면서 사원이 훼손되고 문화적 가치도 손상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관광객들이 타국의 문화·종교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앙코르와트 유적 보호 전문가 사이먼 워락은 블룸버그에 “이탈리아 로마 성베드로 성당이나 서구의 교회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왜 캄보디아에서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작 캄보디아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회복세를 보이지 않던 관광업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프놈펜포스트는 “새 트렌드(템플런)를 통해 해외 방문객이 캄보디아 관광지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었다”며 “지역 주민들은 국가에 활력을 가져오고 관광산업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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