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내놓지 못하면 통신 자유 제한"
러 하원의장 "체포 배후 미국" 주장도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2015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있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를 체포한 프랑스를 상대로 그의 혐의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요구했다.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두로프 체포는 정치적 사건으로 판단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던졌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로프가 받는) 혐의들은 실제로 매우 심각하며,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심각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두로프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이번 체포는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직접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부인했던 바로 그 유형의 결정(정치적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두로프 체포에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비판에 대해 "수사의 일환일 뿐 결코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러시아 출신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CEO인 두로프는 지난 24일 프랑스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텔레그램이 아동 포르노, 마약 밀매, 테러 조장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고 프랑스 당국은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는 두로프의 체포를 두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은 이번 체포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의심도 표했다. 그는 텔레그램 게시글에서 "텔레그램은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몇 안 되는 인터넷 플랫폼 중 최대 규모"라며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텔레그램을 장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두로프 체포와 관련, "러시아와 프랑스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또한 이날 러시아 다수당인 통합러시아당 행사에서 "두로프 사건이 정치적이라는 것은 완전히 명백하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서도 범죄 행위가 일어나는데, 프랑스 당국이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메타) CEO 역시 체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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