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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대계'와 '순간대계'가 공존하려면?

입력
2024.08.28 00:00
수정
2024.08.28 09: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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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급속 발전, 인간 역할 변화 요구하는데
교육 당국ㆍ학부모는 낡은 교육에만 집중
소프트 스킬 등 ‘융합대계’로 전환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정부 발표에 의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쉰다'는 청년이 4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까지 16년이나 교육을 받고도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재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특히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 그들의 역량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부조화가 심해질 수도 있기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인간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존의 경쟁력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지식 습득에 중점을 두는 현재 교육 방법은 쉽게 개혁되지 않고 있다. 교육 당국의 위기감도 부족하고, 이런 교육부에 의해 움직이는 교육 현장 역시 쉽게 개혁에 나서기 어렵다.

개혁을 방해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바로 학부모들의 인식 부족이다. 여전히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거는 학부모들로 인해 새로운 시도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막연하게나마 미래를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있을 학생들에게는 교육에 대한 회의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교실만 나서면 더 깊고 더 넓은 지식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낡은 교육에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심정이 어떠할까. 학교나 부모가 시키는 대로 '성실한 학생'으로 졸업한 뒤 충격적인 세상을 만났을 때 그들은 좌절하지 않겠는가.

미래 인재들은 메타인지와 소프트 스킬 등 지금까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던 역량을 필요로 한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사고 과정을 인지하고 평가하며 조절하는 능력으로, 문제 해결과 창의적 사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수적이다. 운전을 하면서 내비게이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단, 참고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면 메타인지가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교육은 메타인지 능력보다는 정답만 강요하고 있으며, 이는 창의적 사고를 저해한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일자리는 지력과 근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계에 의해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 스킬도 매우 중요하다. 소프트 스킬은 대인관계, 협업, 의사소통, 감정 조절 등 상황 적응 및 창의성과 혁신 등을 위해 필요한 역량으로,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지력이나 근력 등 ‘하드 스킬’과 대비되는 개념이며, 상당 기간 인간의 몫으로 남을 역량이다. 성공한 기업가나 발명가, 예술가 등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자들 대부분이 이런 메타인지와 소프트 스킬이 탁월하다.

이러한 역량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도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다. 그래서 기성세대에게도 새로운 역량을 갖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아닌,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로 봐야 한다. 기후 위기와 같은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이 같은 역량이 요구된다.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융합되어야 하며,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는 물론이고, 공동체의 협력과 이해를 증진시키고, 더 나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교육을 빠르게 개혁하려면 정부, 학교, 학부모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 학생들을 인공지능과의 경쟁에 내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감한 인식 전환 캠페인 및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시급히 필요하다.

교육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지만, 인공지능이라는 '순간지대계'(瞬間之大計)와 공존하려면 '융합지대계'(融合之大計)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기술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장기적인 비전과 가치관을 지닌 다면적이고 유연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등장할 놀라운 인공지능으로 인해 '그냥 쉰다'는 청년이 수백만 명에 이를 수 있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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