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의 명물 '순천햅쌀'을 수식하는 다른 말은 '하늘 아래 첫 쌀'이다. 전국에서 가장 이른 수확 시기 덕분이다. 해마다 3월쯤 모내기를 해 8월쯤 수확하는데, 추석쯤 가장 먼저 도정하는 쌀이 순천햅쌀인셈이다. 추석 선물로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매년 조기 완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순천햅쌀이 차례상을 점령한 비결은 단순히 수확시기 때문만은 아니다. 온화한 기후와 유기질이 풍부한 순천만 간척지, 상사호 맑은 물, 비옥한 토양이 순천햅쌀을 만든다. 여기에 농민들의 노하우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순천 농민들은 1959년부터 한약 재료인 택사를 재배했다.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택사를 논에서 키웠다. 택사 생산을 위해 쌀 생산시기를 앞당기면서 햅쌀 경작의 65년 노하우를 쌓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밥맛이 좋은 조생종 고시히카리 품종으로 단일화한 것이다. 고시히카리는 밥맛이 좋지만 키가 커 바람에 잘 넘어진다. 넘어진 벼는 수확량과 품질이 떨어진다. 농민들은 고시히카리를 재배하면서 물빼기를 자주 하고 비료를 거의 주지 않는다. 병해충이 많이 발생하기 전에 수확하기 때문에 농약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순천시 농업기술센터가 2016년부터 유용 미생물을 제공한 것도 순천햅쌀 명성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유용 미생물은 벼에 흡수돼 토양을 건강하게 만든다.
순천쌀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수확하는 쌀이라면 순천 '낙안배'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배다. 낙안면에 생산되는 낙안배는 1919년 천도교 손병희 선생의 밀명을 받고 낙향해 독립운동을 했던 안호영씨가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1921년 황무지 3만여 m²를 개간하면서 낙안이 배 재배에 적지라는 걸 알고 나무를 심었다. 낙안면에는 현재 100년 가까이 된 배나무가 여러 그루 남아 있다. 낙안이 1970년대부터 배 주산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후가 온화한 데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는 특성 때문이다. 순천의 연평균 기온은 12.4도로 따뜻하고 일조량이 많다. 낙안은 또 오봉산, 금전산, 백이산, 제석산을 두르고 있는 분지라서 일교차가 크다. 일교차는 낙안배가 모양이 정갈하고 윤기가 감돌며 과즙이 풍부한 단맛을 나게 한다. 낙안배 맛의 비결 중 하나는 토양이다. 낙안 토양은 진흙과 모래땅이 섞인 사질토로, 배수가 잘돼 나무가 건실하다. 천혜의 자연요건은 당도가 높고 과실이 큰 낙안배를 키워내고 있다. 낙안배의 명성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2002년 인도네시아와 대만 등지에 195톤 수출을 시작으로 수출 물량을 크게 늘려 현재는 500여톤에 달한다.
천혜의 자연조건 외에도 낙안배를 재배하는 농가의 노력도 일조했다. 농가들은 각종 신기술을 서로에게 알려주고 선진지 견학을 다니며 품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낙안배영농조합법인은 2016년 국비사업 공모로 공동 선별장을 건립, 2017년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우수농산물 관리 인증인 GAP시설인증을 얻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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