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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여성 절반 고통 ‘위축성 질염’, 너무 자주 씻으면 오히려 안 좋아

입력
2024.08.25 19: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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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으로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 질이 메마르고 건조해져 가벼운 자극에도 피가 나고, 특히 성관계 시 통증과 출혈이 생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폐경으로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 질이 메마르고 건조해져 가벼운 자극에도 피가 나고, 특히 성관계 시 통증과 출혈이 생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환갑을 맞은 A(여)씨는 외부 생식기에 느껴지는 작열감과 통증, 가려움증 등이 점점 심해져 고통을 겪었다. 혹시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며칠이나 고민한 끝에 병원을 찾은 A씨의 진단명은 ‘위축성 질염(노인성 질염)’이었다. 질(膣) 벽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이 얇고 건조해지며 염증이 생긴 것이다.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면서 질 점막이 점점 얇아지고 질 점막의 혈관 분포가 감소하면서 질 내부의 정상적인 주름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질 점막이 위축되고 질 점액의 방어 기능이 상실돼 질 점막이 세균 감염과 외상에 취약해진다. 질이 메마르고 건조해져 가벼운 자극에도 피가 나고, 특히 성관계 시 통증과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질 부위가 붉게 변하고 외음부 통증·가려움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짙은 황색의 분비물에서 악취가 나며 때로는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방치하면 골반 내 다른 기관에 2차 세균 감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비뇨기계 증상으로 배뇨 통증, 반복적인 요로감염, 절박뇨 등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가려움증도 생긴다. 장시간 지속되며 몹시 심하고 쉽게 가라앉지 않아 반복적으로 긁게 된다.

박현태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위축성 질염은 난소 제거술을 받았거나,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거나, 조기 폐경일 때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위축성 질염은 폐경 여성의 50% 정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50~60대 이상 여성에서 나타나는데, 노인성 질염 또는 비특이성 질염이라고도 한다. 의학적으로는 질과 비뇨기에도 증상이 나타나기에 질 위축과 이에 수반되는 증상을 설명하기 위해 ‘비뇨생식기 폐경기 증후군(GSM)’이라고 부른다.

치료는 심한 염증이나 감염이 동반됐다면 세균을 없애기 위한 항생제 치료를 한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이 호르몬 부족 때문이기에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신 혹은 국소 에스트로겐 요법(topical vaginal estrogen)이 시행된다.

김우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 도포용 에스트로겐 질정이나 크림은 폐경 후 질 위축으로 인한 증상뿐만 아니라 성교 시 심한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전신으로 흡수되는 양이 미미해 유방암 등 발생 위험도 높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거부하거나 호르몬 치료를 시행할 수 없다면 질 보습제로 질 건조감을 줄이고, 위축성 질염으로 인해 심한 성교통이 발생한다면 불편감을 줄이기 위해 수용성 윤활제를 활용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위축성 질염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잘 관리해 주는 게 중요하다. 여성호르몬을 함유한 질정으로 예방할 수 있는데 질정을 질 속에 삽입해 혈류와 상피 콜라겐, 질 피부 두께, 신축성, 산도 등을 적절히 유지시켜 증상 완화를 돕는다.

또 저용량 경구 여성호르몬 제제 복용도 도움 될 수 있다. 다만 고령인이라면 여성호르몬 제제가 득실이 있는 만큼 전문의와 상의 후 택해야 한다.

위축성 질염은 청결하지 못해서 생기는 질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잦은 세척이나 잘못된 방법의 세척이 증상을 악화시킬 때가 있다. 너무 자주 씻거나 씻을 때 보디 샴푸나 비누는 쓰지 않는 게 좋다.

세균 유입을 막으려면 질 내부를 적당한 산성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보디 샴푸나 비누로 자주 씻으면 오히려 질 내 산성도 균형이 깨져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 여성청결제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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