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주택 사들여 전셋집 공급
무단 임차인에 발목 잡혀
정부 안에서도 "무리한 사업" 뒷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셋집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HUG 든든전세주택’ 사업이 시작부터 부진하다. 최초 공급량이 24호에 머물렀고 이달 진행할 2차 입주자 모집 물량도 두 자릿수에 그친다. 정부가 계획한 2년 치 공급량의 0.8% 수준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HUG는 30일부터 내달 13일까지 든든전세주택 2차 입주자 모집을 진행한다. HUG가 임대인 대신 전셋값을 갚은 수도권 연립·다세대·오피스텔을 경매에서 사들여 공급하는 전셋집이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고 추첨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소득·자산 기준이 없고 주변 시세 90% 전셋값에 최대 8년간 거주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입주자 모집 물량도 60여 호뿐이다. HUG는 5월부터 이달 16일까지 모두 1,098호를 낙찰받았지만 주택 상당수에 무단 임차인이 거주해 퇴거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명도 소송까지 진행한다면 든든전세주택 공급이 장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HUG가 6월까지 소유권을 확보한 주택 60%에 무단 점유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됐다(본보 1일 자 보도).
HUG는 무단 점유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든든전세주택2’ 사업 유형을 새롭게 내놨다. HUG가 전셋값을 대신 갚아준 임대인에게 직접 집을 사들여 전셋집으로 공급한다. 경매를 거치지 않아 공급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임대인에게 주택을 다시 사들일 권리도 부여한다.
다만 든든전세주택2 역시 입주가 얼마나 빨라질지 미지수다. 임차인이 있는 주택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돼 매입량이 단기간에 늘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내년까지 든든전세주택 1만 호, 든든전세주택2 6,000호를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입주가 아니라 매입 기준이다.
HUG뿐만 아니라 국토부 안에서도 금융회사인 HUG가 본분이 아닌 임대사업을 무리하게 벌인다는 말이 나온다. 애초에 HUG 든든전세주택은 공공임대주택 확대보다 채권 회수에 방점이 찍힌 사업이다. HUG는 전세사기 전셋값을 대신 갚느라 최근 부채가 급증했다. HUG 안팎에서는 든든전세주택을 임대기간이 끝나는 대로 매각하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넘겨야 한다는 말이 많다.
이에 대해 김헌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든든전세주택은 (무단 점유자) 퇴거가 진행되는 하반기부터는 상당히 공급 속도가 날 것”이라며 “꼭 2년 뒤가 아니라 천천히 지속적으로 공급된다고 생각해달라”고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