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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 난치성 질환이어도 제때 진단하면 치료 가능"

입력
2024.08.25 19: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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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1~2세에 발병하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는데 증상이 너무 다양해 여러 병원을 헤매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1~2세에 발병하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는데 증상이 너무 다양해 여러 병원을 헤매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희소 질환은 발병 빈도가 적거나 진단하기 어려운 질환을 뜻한다. 희소 질환의 80% 이상이 어린이에게서 나타난다. 희소 질환 대부분은 신경성이어서 운동·언어 등 전반적인 발달 지연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이런 희소 질환들은 치료법이 없거나 명확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어서 ‘희소난치성 질환’으로도 불린다.

대표적 희소 질환인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국내 유일 전문가인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1~2세에 발병하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는데 증상이 너무 다양해 여러 병원을 헤매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희소 질환은.

“희소 신경 근육계 질환인 ‘척수성근위축증(SMA·Spinal Muscular Atrophy)’과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대표적이다. 이들 질환은 진단·치료 면에서 극명하게 대비된다. 척수성근위축증은 비교적 명확하게 진단되지만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진단이 매우 어렵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반면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신경세포, 특히 척수 운동신경세포가 점점 퇴행·소실돼 근육이 약해지고 위축하는 질환이다.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 모든 근육이 약해지면서 자가 호흡을 하기 힘들어진다. 심각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질수록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환자는 정상적인 사고와 인지 능력을 유지하기에 환자와 가족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준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미토콘드리아 내막에는 ‘호흡연쇄(呼吸連鎖·호흡할 때 생긴 수소가 미토콘드리아 속 효소와 접촉한 뒤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 복합체)’라는 단백질 구조체가 있는데, 이 구조체가 ATP라는 에너지 물질을 만든다. 만일 호흡연쇄에서 ATP를 만들지 못하면 에너지 부족 현상이 생겨 다양한 장기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뇌·신경계·근육처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곳에 이상 증상이 두드러진다. 이를 미토콘드리아 질환이라고 한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10만 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데, 국내에는 700명 정도의 환자가 등록돼 실제론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가 최근 개발됐는데.

“이전에는 치료제가 없어 대증요법으로 질환을 관리했다. 물리 치료와 함께 운동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다리 보조기·휠체어를 사용했다. 숨을 쉬기 어려우면 호흡 재활을 병행하기도 한다.

척수성근위축증은 단일 유전자 질환이어서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SMN 단백질 문제로 발병한다는 게 밝혀졌고, 이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스핀라자(바이오젠)’를 시작으로 치료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졸겐스마(노바티스)’는 단 1회 투여만으로 척수성근위축증을 치료하는 ‘원샷 치료제’다. 먹는 약인 ‘에브리스디(로슈)’도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척수 강 내 주사가 어려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특징적인 증상은.

“희소 질환은 아주 드물게 발생하기도 하지만 진단이 어려워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기도 한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1~2세 때 많이 발병하는데 제때 진단해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 특징적인 증상이 없어 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해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

우리 병원은 특히 2차병원(종합병원)이나 3차병원(상급종합병원)에서 의뢰받는 환자가 많다. 진단·치료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하기 위해 ‘희소 질환 집담회’를 열거나 지역 병원들과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이전에는 의사에게도 생소한 질환이었지만 최근에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의심해 의뢰하는 케이스가 계속 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신경·근육 증상이다. 중추신경계와 근육 조직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하기에 에너지 생성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생기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두 번째는 발달 지연이나 퇴행 증상이다. 성장에 문제없던 자녀가 갑자기 제대로 걷지 못하고, 앉지 못하고, 잘 먹지 않거나, 호흡이 불안정하면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관찰되면 영상 검사, 혈액검사, 생화학 검사, 근육 조직 검사, 유전자 검사 등으로 최종 진단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안타깝게도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아직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다. 치료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약을 사용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에너지를 높이거나 에너지 사용을 줄이게 만드는 대증요법도 쓴다. 코엔자임, 고용량 비타민 B·C군, 카르니틴 제제 등을 혼합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높이는 ‘미토콘드리아 칵테일 요법’이 주로 처방된다. 영양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식이 방법을 관리하며, 면역력을 유지해 감염을 줄이는 노력도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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