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력 수요 '97.1GW'...역대 최대
전력당국 "태풍 북상에 수요 늘어"
흐리고 비오자 '태양광 발전량' 뚝
"전력시장 밖 태양광 의지 수요들...
전력시장으로 돌아와 증가세 형성"
폭염과 최장 열대야로 연일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그런데 9호 태풍 '종다리'가 북상하면서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인데도 전력 수요가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이유는 '태양광 발전량'에 있다. 태풍, 태양광 발전량, 전력 수요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2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최대 전력 수요는 '97.1기가와트(GW)'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국적으로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져 에어컨 등 전기 사용량이 상당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전력거래소가 전날 예상한 최대 전력 수요는 '96.6GW'였다. 예상치보다 0.5GW나 많은 양이 쓰이자 전력거래소는 예비 전력량을 늘리기 위해 오후부터 전력 공급량을 104GW에서 105.4GW로 늘렸다.
전력당국은 예상보다 많은 전력 수요가 몰린 이유로 태풍을 꼽았다. 태풍 종다리는 19일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약 360km 해상에서 발생한 뒤 제주도 방향으로 북상하면서 전날부터는 남부 지방이 영향권에 들어섰다. 태풍이 북쪽으로 올라오면 날씨가 흐려져 에어컨 등을 덜 써 전력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날씨가 흐려지면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내 전력 시장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력 수요는 전력시장 내에서 거래되는 양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전력 시장 밖에 발전량과 전력 수요도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태양광 발전량 중 3분의 1은 전력 시장에 들어와 있는 반면 나머지 3분의 2는 전력 시장 밖에서 자가 소비 등 형태로 사용된다. 날씨가 맑으면 문제가 없지만 태풍 등으로 햇빛양이 충분하지 않으면 태양광 발전량이 뚝 떨어져 전력 시장 밖에 있던 수요가 다시 전력 시장을 찾게 되는 것이다.
전날 시간대별 전력 수요 움직임을 보면 태양광 발전량이 뒷받침돼야 할 오후 1시부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다. 19일에 비하면 4, 5GW나 많은 수요가 몰렸다. 전력 시장 밖 태양광 발전량에 의지하던 수요가 전력 시장으로 들어왔다고 추론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정확한 전력 시장 밖 태양광 발전량은 알 수 없어 전력 시장 밖 수요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전력 시장에 흡수됐는지 예측하긴 매우 어렵다"면서도 "태풍의 영향으로 전력 시장 내 수요가 늘어났다는 인과관계는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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