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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핵 잠수함이 부두에 묶인 이유

입력
2024.08.21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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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
김대규HD현중 책임매니저

편집자주

은밀하지만 K-방산의 핵심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잠수함.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가 주목하는 K-잠수함의 뛰어난 성능과 완벽한 해양안보를 위한 민관의 분투와 노력을 소개한다.

부두에 정박한 영국 해군 핵 잠수함. AFP

부두에 정박한 영국 해군 핵 잠수함. AFP

잠수함은 경영학적 관점에서 볼 때, 유지가 매우 어려운 시장이다. 다른 산업군 대비 시장이 너무 좁고, 특화되어서 공급망(supply chain)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잠수함 전체 성능에서 주요 장비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도 이유다. 따라서 한국형 잠수함 수출을 위한 경쟁력은 잠수함을 건조하는 조선소 역량에만 달려 있지 않다. 장비 제공 업체들과의 유기적 협력이 잠수함 수출의 핵심 요소다.

잠수함은 주요 장비 및 부품에 대한 공급망 유지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워낙 '비싸다' 보니 소요가 적어 시장 자체가 작고, 다른 함형들과 교환이나 대체가 어려운 매우 특화된 상품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초 도입 결정도 어렵지만, 도입한 잠수함을 수리 및 정비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잠수함 도입 국가가 40여 개에 달하지만, 보수·유지에 '큰 문제' 없이 운용 중인 나라가 거의 없다.

대표 사례가 영국이다. BAE, 밥콕(Babcock) 등 세계 1, 2위를 다투는 장비 업체를 두고 있지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영국제 잠수함 수십 척이 부두에 묶여 있다. 수리 및 정비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잠수함을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못하는 건 인력 부족, 예산 제한 등도 이유이지만 가장 큰 요소는 수리와 정비의 제한이다.

이런 관점에서, 잠수함 수출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잠수함 공급망이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 평가해볼 필요는 있다. 정부 정책, 용이한 접근성, 적당한 가격 등 내수 시장에서 통했던 요인이 수출에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핵심 잠수함 장비와 부품의 공급 측면에서도 세계 속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힘을 입증해야 한다. 정부도 지금 있는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등 현실적 정책에 대해서도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이미 언급했듯, 잠수함은 주요 장비에 의해 그 성능이 결정되는 대표적인 함정이다. 연료전지체계, 축전지체계, 무장발사관체계(Weapon Handling System), 통합전투체계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가 될 것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잠수함 전체 가격의 70~80%가 장비 가격인데, 상위 5~6개 핵심 장비가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을 정도다. 때문에 한국 잠수함이 국제수준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주요 장비 업체들의 역할과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주요 장비에 대한 원활한 공급과 적절한 가격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업체는 업체대로 '대한민국 잠수함 건조·유지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란 말이 있다. 손자병법 모공(謨攻) 편에 나온 말로, 하나의 목표를 두고 싸우는 부대가 승리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대목은 모두의 목표를 하나로 두는 것이다. 개인마다의 승리는 어쩌면 다른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잠수함의 세계 진출을 기원하고 있다. 특히 '팀 코리아'(Team Korea)라는 이름으로 정부, 조선소, 장비 업체 등 모두가 함께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다. 그 어떤 때보다도 정부의 혜안과 업계의 건전한 동업자 정신을 바탕으로 하나의 목표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김대규 HD현중 특수선사업부 책임매니저·해사 6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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