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 진행
노인·어린이 등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
"와, 강아지다!"
고요했던 강의실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펫(Pet) 가이드와 함께 강의실 문을 열고 나타난 치유견 빙고와 배찌(비숑프리제), 트리(푸들)를 만난 아이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내품애센터'에서 진행된 '동물매개 치유교실' 강의 현장이다. 이 센터는 유기동물 보호, 입양상담 등을 통해 성숙한 반려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지난 4월 개소했다.
이날 수업 주제는 '강아지 빗질하기'. 장영임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반려동물계열) 교수 지도하에 동물매개심리상담사 1명과 펫 파트너 2명이 한 조가 돼 수업을 진행했다. 관련학과를 이수하거나 민간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수업은 동물매개심리상담사가 아이들에게 "(반려견에게) 간식 주고 싶은 사람 있냐"고 물어보면서 시작했다. 치유견과의 친화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치유견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간식을 먹이는 동안 펫 파트너들은 곁에서 "이중모라서 세게 빗질을 하면 아파요", "살살 해주세요"라고 세심하게 조언했다. "꼬리 만져도 돼요?" "강아지가 침을 흘려요!" 같은 아이들의 끊임없는 질문에도 차분하게 대응했다.
치유견들을 쓰다듬던 장서우(8)양은 "강아지들이 다 예쁘다. 지난번 수업 끝나고 그림일기에 강아지들도 그렸다"고 자랑했다. 이소민(8)·이강민(6) 남매의 엄마 한지선(42)씨는 "처음에는 강민이가 멍멍이만 보면 무서워하고, 길도 돌아가고 했는데 여기 와서 수업을 받은 뒤에는 길에서 만난 강아지들에게 먼저 인사할 만큼 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신청 시작 동시에 마감 '인기'..."맞춤형 프로그램 제공"
동물매개치유교실은 서대문구 내품애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가 높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매주 한 번씩(수요일) 일반인 대상으로 열리는 수업은 신청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다. 매주 화요일은 지역 내 치매안심센터 소속 노인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다. 초기 치매 환자들의 사회적 고립을 막고, 정서적 안정을 주기 위해서다. 일반인에 비해 행동 반경이 좁고 느린 만큼 '강아지 빗질', '같이 찍은 사진 꾸미기' 등 움직임이 크지 않은 활동으로 이뤄진다.
장 교수는 "어르신들 수업을 마친 뒤 보면 다들 웃고 계신다. 강아지를 꼭 안아주고, 쓰다듬고, 핀을 꽂아주는 작은 활동도 정말 재밌어 하신다"며 "만족도 조사를 하면 '또 이런 수업을 열어달라'는 요청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매개치유의 장점으로 '차별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치유견들은 치유 대상자의 성별, 나이, 장애 여부 등에 편견을 가지지 않고 다가가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안는 게 부자연스럽고 낯선 경험이 되는데 (어르신들이) 강아지를 안았을 때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 심박수와 호흡, 눈빛에 많이 놀라고 감동을 표현한다"고 전했다.
"외향적 개들만 할 수 있어"...까다로운 선발 거치는 치유견들
이런 이유로 아무 개나 치유견이 될 수 없고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본조건은 '사람 손길을 좋아하는 개'여야 한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고, 갑작스러운 큰 소리나 환경에도 당황하지 않는 무던한 성격이어야 한다. 활동에 제약이 없는 2~3세 정도의 개가 가장 적합하다. 장 교수는 "사람으로치면 MBTI가 E(외향성)인 친구들"이라며 "사람만 좋은 게 아니라 강아지들도 교감하는 과정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부연했다.
서울 유일 프로그램..."많은 주민 경험했으면"
수업 참여자들의 호응이 크지만 '동물매개치유교육'을 하고 있는 곳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서대문구가 유일하다. 한국애견협회 부회장이자 진돗개 5마리를 기르고 있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의 특별한 관심 덕분이다. 이 구청장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 반려견들을 통해 위로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매일 새벽 반려견들과 안산 둘레길을 산책한다. 지난 4월 서대문등기소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내품애센터를 열었다.
서대문구는 동물매개치유교실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장 교수는 " '강아지 훈련 교육하는 곳인 줄 알았다', '아픈 사람만 오는 곳인 줄 알았다'는 반응들이 아직도 많다"며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우울감을 덜거나 활력을 느끼는 주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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