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1년 전보다 7% 하락
회복 기미 안 보여 수확기 고민↑

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쌀생산자협회 주최로 열린 쌀값 보장 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적정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박시몬 기자
“지난해에도 1,000만 원 손해를 봤는데 올해 또 쌀값이 이러면 어쩌란 말인지···.”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달 9일 경남 의령군 소재 자신의 논(3,800㎡ 규모)을 갈아엎은 이현수(54)씨는 “다음 달부터 새 쌀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가격이 지금 추세라면 농민은 더 큰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6일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쌀생산자협회 주관으로 서울역 앞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쌀값 보장 농민대회가 열렸다.
쌀의 소중함을 기리기 위한 ‘쌀의 날(8월 18일)’을 앞뒀지만, 정작 농심(農心)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거듭되는 쌀값 하락에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던 2022년의 사태가 재발할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가마당(80㎏‧5일 기준) 산지 쌀 가격은 17만8,476원으로 1년 전보다 약 7% 하락했다. 수확기인 지난해 10~12월(평균 20만2,797원)과 비교하면 약 12% 떨어졌다.
특히 농산물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적어지는 단경기(7~9월)임에도 쌀값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농민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보통 단경기 때 산지 쌀값이 올라야 수확기 때 적정한 시세가 만들어진다”며 “올해는 그렇지 않아 수확기 쌀값도 적정 수준을 기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확기 평균 산지 쌀값은 20만2,797원이었다.
쌀값 하락이 이어지는 건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지난해 기준)은 평균 56.4㎏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30년 전(110.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재고 부담에 쌀을 저가 판매에 나선 것도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생산된 쌀 40만 톤을 공공비축 목적으로 수매하고, 해외 원조 물량으로 10만 톤을 더 사들였다. 6월 민당정 협의회 결정에 따라 쌀 5만 톤을 추가로 매입, 쌀값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매년 그해 생산한 쌀 45만 톤을 공공비축 물량으로 매입하는데, 올해는 그중 5만 톤을 지난해 생산된 쌀로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올해 쌀 재배면적이 줄어 그만큼 덜 생산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는 “쌀값 하락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아랫돌 빼서 윗돌을 막는 식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몫의 5만 톤을 매입 중이고, 농협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쌀 소비촉진 운동을 통해 10만 톤의 재고를 해소한다면 쌀값도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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