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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화살 돌린 방글라데시 전 총리 "외세가 축출 배후"

입력
2024.08.12 15:13
수정
2024.08.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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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나, 5일 시위 피해 인도 대피 후 첫 입장
"백인이 기지 넘기는 대가로 권력 유지 제안"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지난 3일 시민들이 페인트와 진흙으로 훼손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의 얼굴이 새겨진 벽화 앞에서 퇴진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카=로이터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지난 3일 시민들이 페인트와 진흙으로 훼손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의 얼굴이 새겨진 벽화 앞에서 퇴진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카=로이터 연합뉴스

이달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축출된 뒤 인도로 피신한 셰이크 하시나(77)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자신을 쫓아낸 배후로 미국을 꼽았다. 자신이 미국 측의 군 기지 제공 요청을 거절하며 심기를 거스른 탓에 권력을 빼앗겼다는 주장이다.

12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하시나 전 총리는 전날 자신이 이끄는 방글라데시 집권당 아와이연맹(AL)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미국과 같은 외세가 나를 축출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메시지에서 “내가 (벵골만 북동부 섬) 세인트 마틴과 벵골만을 미국에 넘겼더라면 권좌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1월 총선 이전에 ‘한 백인’이 공군 기지를 넘겨주는 대가로 순탄한 권력 유지를 제안했다고도 덧붙였다. 섬을 군 기지로 달라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눈 밖에 났기 때문에 자신이 쫓겨났다는 취지로 읽힌다.

실제 하시나 정부와 미국은 여러 해 동안 긴장 관계였다. 지난 5월에도 하시나 전 총리는 “방글라데시에 '기독교 국가'를 만들려는 백인의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메시지 역시 이 같은 주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미국 측은 하시나 전 총리의 주장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방글라데시 임시정부 수장이 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지난 9일 수도 다카의 국립순교자 기념관에서 헌화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다카=AF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임시정부 수장이 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지난 9일 수도 다카의 국립순교자 기념관에서 헌화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다카=AFP 연합뉴스

하시나 전 총리는 자신의 퇴진 후 출범한 과도정부에도 “외세에 이용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자신은 학생들이 더 희생되지 않길 원했기 때문에 사퇴했다면서 “오늘도 그 나라(방글라데시)에 있었다면 더 많은 이들이 숨졌을 것이고 더 많은 재산이 파괴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다음 총선에서 집권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언젠가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메시지는 하시나 전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 인도도 도피한 뒤 내놓은 첫 입장이다. 시위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지난달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공직할당제'를 추진하며 촉발됐다. 해당 정책이 기득권 가족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꼼수’라고 본 대학생들이 대거 거리로 나왔고, 시위대가 경찰·친정부 활동가와 충돌하며 폭력 사태로 번졌다.

양측 충돌로 4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하시나 전 총리는 이달 5일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히고 인도로 도피했다. 이후 하시나의 오랜 정적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방글라데시 임시정부를 이끌고 있다.

한편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하시나 전 총리의 아들 사지브 와제드 조이는 이날 AFP통신 인터뷰에서 인도 당국이 어머니를 살려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과도정부가 ‘군중 지배 (mob rule)’를 허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총선을 신속히 실시하지 않으면 더 큰 혼돈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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