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기차 화재... 스프링클러 작동 버튼 누군가 조작해 작동 안 해

소방, 스프링클러 미작동 원인 조사 결과 발표

지난 8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지난 1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불에 탄 차량을 지게차가 들어 올리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소화수를 스프링클러에 전달하는 핵심 밸브의 정지 버튼을 야간 근무자가 눌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스프링클러가 전기차 화재를 쉽게 진화할 수는 없지만 화재가 확대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임의 조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관련자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9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불이 난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는 화재 감지 후 소방 배관에 물이 통하도록 설계된 ‘준비작동식 설비’다. 화재가 발생하면 감지기(2개 이상)가 수신기에 화재 발생을 알리고 이를 받은 수신기는 밸브(준비작동식 밸브)를 자동으로 열리게 하면서 물이 스프링클러를 통해 분사되는 시스템이다. 당시 감지기는 화재경보를 보냈지만 야간 근무자가 화재가 아닌 줄 알고 준비작동식 밸브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연동 정지 버튼을 누를 경우 화재 신호가 정상 수신되더라도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 소방당국은 지난 1일 오전 6시 9분 감지기가 화재를 인식, 수신기에 화재 신호가 전달됐는데 이 과정에서 야간 근무자가 준비작동식 밸브 연동 정지 버튼을 누른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6시 14분쯤 준비작동식 밸브 연동 정지 버튼이 해제됐지만 화재로 인해 신호기와 밸브 등이 이미고장 나 결국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준비작동식 밸브의 경우 오작동이 많아 정지 버튼을 눌러 놓은 경우가 많지만 점검 등을 제외하고 이는 절대 안 된다”며 “이번 스프링클러 미작동 분석 결과와 아파트 관계자 진술 등을 추가로 확보해 관련법 위반 사항에 대해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또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대규모 정전과 단수가 이어졌다. 경찰은 전날 벤츠 전기차를 대상으로 2차 합동 감식진행과정에서 배터리 관리 장치(BMU)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