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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작업중지권은 먼 나라 이야기"… 배달기사들은 왜 기후실업급여를 요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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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작업중지권은 먼 나라 이야기"… 배달기사들은 왜 기후실업급여를 요구하나

입력
2024.08.07 16:50
수정
2024.08.07 16:5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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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96% "더위에 두통·어지럼증 경험"
폭염이라고 일 중단하면 임금 손해 직결
기후실업급여 도입·간이쉼터 설치 요구

7일 서울 중구 서울노동청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폭염과 산재 견디는 라이더 사회 안전망 강화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7일 서울 중구 서울노동청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폭염과 산재 견디는 라이더 사회 안전망 강화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폭염에 머리가 빙빙 돌아도 잠시 쉴 곳이 없습니다. 정부는 마땅한 정책이 없고 플랫폼 회사는 생수 지급 이벤트를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서울에 폭염 속 짧은 소나기가 내린 7일 오전, 라이더들이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위로부터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기록적 폭염 속 라이더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와 기업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35도 이상일 때 한 시간마다 15분 휴식 제공 △오후 2~5시 옥외작업 중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권고 사항이라 법적 강제력은 없다. 라이더들은 산업안전보건법 52조에 규정된 폭염에 의한 작업중지권 역시 "배달노동자에겐 딴 세상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구교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배달노동자들은 날이 덥다고 일을 쉬면 수입이 끊긴다"며 "작업중지권이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은 배달 현장에서 하등의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배달 플랫폼기업이 내놓는 폭염 대책은 생수를 나눠주는 이벤트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라이더유니온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90%는 "폭염에도 근무한다", 96.3%는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을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기자회견 현장에서도 폭염기에 라이더들이 직면하게 되는 건강·안전 문제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12년째 배달 일을 하고 있다는 이병환(47)씨는 "여름 땡볕에 배달을 하다 보면 헬멧(안전모) 내부 온도가 45도까지 올라가고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열 때문에 어질어질하다"면서 "요즘처럼 폭우까지 쏟아지면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강남 지역에서 주로 배달 일을 하고 있는 이용식(47)씨는 "택배기사, 배달기사는 대부분 건물에서 화물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에어컨을 일부러 꺼놓은 곳이 많다"면서 "플랫폼업체에 이런 건물은 배차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도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후실업급여, 간이쉼터 요구"

배달 노동자들은 폭염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후실업급여와 간이쉼터 설치를 요구했다. 지난달 10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한 라이더가 소비자에게 배달할 음식을 들고 나서고 있다. 뉴시스

배달 노동자들은 폭염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후실업급여와 간이쉼터 설치를 요구했다. 지난달 10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한 라이더가 소비자에게 배달할 음식을 들고 나서고 있다. 뉴시스

라이더들은 정부 대책으로 기후실업급여 도입을 요구했다. 기후실업급여는 기상악화로 배달 일이 일시적으로 불가능할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고용보험을 통해 해당 시간에 대한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다. 폭염이나 집중호우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단기 실업'으로 인정해달라는 취지다. 구 위원장은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갈 경우 기후실업급여를 지급하면 라이더들이 훨씬 안전할 수 있다"며 "기후실업급여가 도입돼야 배달 현장에서 작업중지권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달의민족, 쿠팡 등 배달 플랫폼기업에는 간이쉼터 설치를 제안했다. 서울이라면 자치구마다 냉방 시설을 갖춘 거점 쉼터를 최소 1개씩 마련해 라이더를 보호해달라는 취지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배달노동자 안전을 배민과 쿠팡의 선의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간이쉼터 설치와 기후실업급여 도입 입법을 촉구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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