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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느는데 체류시간·소비는 제자리… '속 빈 강정' 전북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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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느는데 체류시간·소비는 제자리… '속 빈 강정' 전북 관광

입력
2024.08.07 16:20
수정
2024.08.07 22:27
0 0

관광객 1억 명 방문 예상 불구
지역 경제 활성화 영향 '미미'
관광시설 대부분 무료 입장
지갑 열 인기 관광상품 적어
전문가 "전북 팬덤 만들어야"

전주 한옥마을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주 한옥마을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북도가 관광객 증가세에 한껏 고무돼 있다. 올해 목표로 내세웠던 '관광객 1억 명 유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전북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도 활력을 찾아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희망 섞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관광객 1억 명 시대를 앞둔 전북도의 각종 관광 통계를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7일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8~2023년) 전북 지역 관광객 수는 2018년 8,975만명, 2019년 9,301만 명, 2020년 8,382만 명, 2021년 8,318만 명, 2022년 9,447만 명, 2023년 9,640만 명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4,735만여 명이 찾았다. 1억 명까지 약 5,265만 명이 남았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은 이동통신(KT), 신용카드, 내비게이션 기록을 토대로 방문객을 분석한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전북 관광객 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터 2년 연속 2019년보다 1,000만 명 가량 줄었다가 2022년부터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 지출액은 코로나19(2020~2021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랩에 따르면 내국인 지출액은 2018년 8,860억 원에서 오르내리다가 지난해 7,286억 원에 그쳤고, 외국인은 같은 기간 1,140억 원에서 218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 같은 배경에는 관광객들이 장기 체류보다 단기 체류를 선호하는 데다 숙식과 교통비 외에 전북 지역 내에서 소비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도내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관광시설 대부분이 무료 입장이고 타 시·도에 없는 특색 있는 관광 상품을 찾기 힘들다보니 관광객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며 "관광객들이 몰려와도 돈을 안 쓰는데 지역 경제가 잘 돌아가겠나"라고 꼬집었다. 실제 도내 여행사들이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출시한 관광 상품은 주로 이틀간 14개 시·군 중 3개 지역 관광지 6~9곳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구성돼 있다.

전북 임실군 옥정호 출렁다리를 통해 관광객들이 붕어섬으로 건너 가고 있다. 임실군 제공

전북 임실군 옥정호 출렁다리를 통해 관광객들이 붕어섬으로 건너 가고 있다. 임실군 제공

씀씀이가 큰 해외 관광객 유치에 기대를 걸기에도 성적이 초라하다. 전체 관광객의 외국인 비중은 2018년 0.65%(58만 명)에서 2023년 0.3%(35만 명)로 매년 1%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는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5월)와 새만금 잼버리(8월)가 연달아 열려 외국인 방문객 수가 늘었다. "대규모 행사 유치로 인한 반짝 효과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관광객 유치 홍보 방식도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기 전북도의원(부안)은 "전북도는 관광박람회나 여행사에 관광객을 유치할 때 '공기 좋고 물 좋다'는 수준 이하의 관광 홍보로 눈총을 사고 있다"며 "시·군과 공조해 이른바 'MZ세대' 감성을 자극할 만한 홍보 마케팅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전북에 연간 몇 명이 방문했는지 피상적인 숫자 알리기에 급급하기보다 관광객이 더 오래 머물고, 재방문하는 횟수를 늘리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아직도 전북하면 '전주 한옥마을' 외엔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도내 곳곳에 흩어진 문화·역사·관광 자원의 매력에 빠진 '전북 팬덤'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고물가 등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관광 분야 소비가 많이 줄었다"면서도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하는 워케이션 사업, 1만 원으로 즐기는 전북 투어버스 등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타 시·도에 비해 체류 시간이 긴 편이라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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