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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 방치 폐기물' 피해자 또 있다… 소극 수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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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 방치 폐기물' 피해자 또 있다… 소극 수사 논란

입력
2024.08.07 17:04
수정
2024.08.0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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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수출 기업 설립 접근
무단 투기 후 7개월 만에 잠적
피해자 "참고인 조사도 없어"

전남 광양시 광양항 한 물류창고에 2여년 째 방치된 알루미늄 폐기물 더미.

전남 광양시 광양항 한 물류창고에 2여년 째 방치된 알루미늄 폐기물 더미.

전남 광양항 일대 불법 폐기물을 방치한 뒤 잠적한 사건과 관련 검경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검경 수사가 소극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양항 내 물류창고업을 하는 A씨는 자신의 물류창고 내에 쌓여있는 알루미늄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해 방치하고 있다. A씨가 폐기물을 떠안게 된 것은 지난 2022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광양항에 불법 폐기물을 방치한 뒤 잠적한 이모(45)씨가 알루미늄 원료(제강 슬래그) 수출 기업을 세우고 싶다며 접근해 왔다.

그러나 이씨는 A씨 소유 물류창고 내 사무실을 차리고 알루미늄 폐기물을 보관한 뒤 조금씩 연락이 뜸해지더니 2022년 7월쯤 잠적했다. A씨는 "이씨가 가져온 것은 알루미늄 폐기물과 전자레인지뿐인데, 어느 날 가봤더니 전자레인지마저 사라졌더라"며 허탈해했다. 앞서 이씨는 같은 수법으로 광양항 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알루미늄 폐기물을 떠넘긴 뒤 잠적했고, 광양경찰서와 서해지방경찰청,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각각 수사를 벌여왔다.

A씨 피해가 드러나지 않은 것은 그가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발해도 피해 복구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보관 중인 알루미늄 폐기물 규모도 산정하지 않아 창고 내 얼마나 많은 폐기물이 쌓여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사 기관들이 A씨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 자체가 소극 수사를 방증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폐기물 투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씨 사업장 주소가 A씨의 공장이기 때문이다. 수사 기관들이 이씨 사업장에 대한 현장 조사는커녕 연락조차 없었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한 피해자는 "이씨 사무실만 들렀어도 충분히 추가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을 텐데 재판까지 넘어간 사건에 대해 참고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소극 수사 논란에 피해자들은 "이씨는 바지 사장에 불과하고 배후에 진범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며 분개하고 있다. 폐기물 원 반출자임을 자처한 한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윗선은 따로 있다"며 배후 세력을 암시하는 말을 남겼기 때문이다. 한 피해자는 "이씨의 폐기물은 어느 한 개인이 가지고 있었을만한 규모가 아니다"며 "최초 배출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접수된 고소장은 '방치된 있는 폐기물을 처리해달라'는 민원성이었기 때문에 이씨에 대해서만 수사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사 정보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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