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재일교포 9만3000여 명
적대계층 분류 및 감시·차별
진화위 "北 정권·유엔에 책임"
"차별 없는 지상낙원"이라는 거짓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이주한 재일교포와 그 후손들이 북한 정권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한 사실을 공식 인정받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7일 전날 열린 제84차 위원회에서 '재일교포 북송에 의한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재일교포 본인 혹은 후손 27명이 북한 정권으로부터 재산·노동력 등을 착취당하고 인권유린을 당했다며 진실규명을 신청한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위가 연구 용역을 수행한 결과다. 재일교포 북송 관련 정부 차원의 첫 조사였다.
조사 결과, 북한 정권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는 북송 사업을 사전 기획하고 거짓 선전으로 재일교포를 속여 1959년부터 1984년까지 9만3,340명(진실규명 대상자인 17명 포함)의 재일교포를 북한으로 이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북송자 대부분은 "차별 없고 일한 만큼 분배 받는다" "세금도 없다" "북한에 가면 이상사회처럼 살 수 있다" "북한이 일본보다 잘 살고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등 선전을 믿고 북송선을 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선전과 달리 북송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차별과 감시였다. 북송자와 가족들 대부분은 양강도 혜산 등 시골 지역에 배치돼 지역 내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다. 일본으로 돌려보내줄 것을 요구했던 소년은 군인에게 끌려간 뒤 5년이 지나 정신병자 수감시설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북송자들은 농민이나 광부, 공장 노동자로 배치, '적대계층'으로 분류됐으며 탈북을 시도한 주민은 북한 보위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아오지 탄광으로 추방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는 조직적·체계적으로 거짓 선전을 벌이고 개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북송선에 재일교포를 태운 북한 정권과 조총련에 1차 책임이 있다고 봤다. 북한의 현실과 북송 사업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사업을 지원하고 지속시켜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용인한 일본 정부와 일본 적십자사의 책임도 물었다. 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역시 북송 사업의 중개자와 조언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사업 실현을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북송에 반대하고 외교적 노력을 보이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북송을 막지 못했단 점에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북한 정권을 향해 공식 사과와 북송자의 생사 확인 및 이동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국제연합(UN)에는 북송 사업 및 북송자와 가족들의 피해·행방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고, 해당 사건 조사 결과를 역사 기록에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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