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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79년 "핵무기 없는 세계" 외쳤지만… 핵 확산 부추기는 일본

입력
2024.08.06 16:24
수정
2024.08.06 16:3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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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79년 전 참화, 반복돼선 안 돼"
미국과 확장억제 논의, TPNW에는 침묵
"일본, 유일한 피폭국의 책임 다해야"

기시다 후미오(가운데)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 원자력폭탄 투하 79년을 맞은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해 있다. 히로시마=AFP·지지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가운데)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 원자력폭탄 투하 79년을 맞은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해 있다. 히로시마=AFP·지지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 원자력폭탄 투하' 79년을 맞은 6일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노력은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의 실제 행보는 이 발언과는 정반대다. 미국 핵전력에 의한 일본의 확장억제 추진, 핵무기금지조약(TPNW) 가입 반대 등 오히려 '핵무기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도통신과 NHK방송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념식에 참석해 "79년 전 야기된 참화, 사람들의 고통이 두 번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념사와는 달리, 최근 기시다 총리는 핵 확산에 따른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원폭의 참상을 경험한 유일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외쳐 온 것과는 상반된다. 지난달 28일 일본 정부는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를 계기로,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방안을 논의했다. 장관급 회담에서 확장억제가 논의된 것은 처음이었다. 일본이 미국에 의해 핵우산 효과를 누릴 경우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긴장감은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 아사히신문은 "아시아에서 핵 확산 경쟁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기시다 총리는 TPNW 가입에도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피폭자단체 대표들이 가입을 촉구했으나 부정적 반응만 보였다. 교도는 "기시다 총리가 취재진에게도 TPNW 참여 문제와 관련, 부정적인 견해를 거듭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TPNW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핵무기의 개발·생산·비축·사용·사용 위협 등을 완전히 금지하기 위해 2017년 유엔에서 채택한 조약이다. 아사히는 "적어도 (일본이 TPNW에) 옵서버로 참가해 유일한 피폭국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핵실험에 의한 피해자 지원과 환경 복원도 중요한 사명"이라고 짚었다.

이날 기념식에는 피폭자와 유족 대표, 각국 대사를 비롯한 109개국 대표 등 약 5만 명이 참석했다. 원폭 투하 시간인 오전 8시 15분에 참가자 전원이 묵념했다. NHK는 "최근 1년간 (원폭 투하로) 추가 확인된 사망자 5,079명을 포함, 총 34만4,306명의 희생자가 위령비에 등재됐다"고 전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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