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 남자로 웃음 '파일럿' 관객 174만 명
코미디 잇달아 흥행... 불황엔 역시 코미디?
"극장은 살아 있다...손익분기점 넘긴 영화들"
극장가에 코미디의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여름 영화 ‘핸섬가이즈’가 흥행한 데 이어 ‘파일럿’의 흥행세가 만만치 않다. ‘명절과 불황에는 코미디’라는 영화계 오랜 속설이 맞아떨어지는 올여름 시장이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파일럿’(지난달 31일 개봉)은 5일 연속 흥행 1위를 차지하며 174만 명(4일 기준)을 모았다. 올여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빠른 흥행 행보다. ‘파일럿’의 손익분기점(극장 관객 기준)은 220만 명이다. 지금 흥행 추세로는 이번 주중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원작 리메이크' 공통점
‘파일럿’은 성희롱 발언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유명 조종사 한정우(조정석)가 여동생 한정미(한선화) 이름으로 재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소동들을 담았다. 여장 남자로 변신한 조정석의 코믹 연기가 폭소를 이끈다. 한정우·정미 남매의 엄마 역을 맡은 오민애와 한선화의 연기가 웃음의 시너지를 더한다는 평이 따른다. ‘가장 보통의 연애’(2019)로 관객 292만 명을 모은 김한결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다. 포털사이트에는 “폭염에는 코미디” “조정석의 차력쇼’ 같은 관람 평이 올라와 있다. 이야기 구성이 허술하고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기도 하나 웃음 전달에 대해선 호의적 평이 많다.
‘파일럿’의 흥행은 코미디가 올여름 극장가 트렌드임을 확인케 해준다. ‘파일럿’에 앞서 6월 26일에 개봉한 ‘핸섬가이즈’가 신호탄 역할을 했다. 4일까지 176만 명이 봤다. ‘핸섬가이즈’의 손익분기점은 110만 명이다. 올여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수익을 냈다. 시골 주택을 구입한 험상궂은 두 남자가 주변의 오해를 받으면서 일어나는 일을 공포와 웃음을 결합해 전한다.
‘파일럿’과 ‘핸섬가이즈’는 해외 영화를 국내에서 새롭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파일럿’은 스웨덴 동명 영화(영어 제목은 ‘Cockpit’ 2012)를, ‘핸섬가이즈’는 캐나다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2010)을 각각 밑바탕 삼아 제작됐다.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잇달아 관객몰이에 성공한 것은 최근 국내 극장가에서 드문 일이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고물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삶에 지친 관객들이 극장 안에서라도 소리내 웃고 싶어하는 심리가 반영된 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돈 번 한국 영화 다수...투자 전망 긍정적
‘파일럿’이 강한 흥행세를 보이며 지금까지 공개된 여름 한국 영화 5편 중 3편이 수익을 남기게 됐다. ‘탈주’는 248만 명을 모아 손익분기점(200만 명)을 오래전 넘었다. ‘하이재킹’(제작비 140억 원·177만 명)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185억 원·65만 명)는 극장에서 제작비를 건지지는 못 했다. 올여름 개봉할 한국 영화는 ‘리볼버’(7일)와 ‘빅토리’ ‘행복의 나라’(14일), ‘필사의 추격’(21일) 4편이 아직 남아있다.
'대박'이라는 수식과는 거리가 있으나 돈을 남긴 영화가 다수라는 점은 영화 투자와 제작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황재현 담당은 “올림픽 열기 영향 탓인지 여름 관객 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면이 있다”면서도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 영화가 다수 나와 극장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건 반가운 신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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