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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발등의 불', 기후리스크

입력
2024.08.06 00: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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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는 파리올림픽에서도 폭염으로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평균기온은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13개월째 월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7월에도 최고치 경신이 유력해 보인다. 금년 전체 기온도 역대 가장 높았던 지난해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으며, 폭염뿐만 아니라 가뭄·폭우·산불 등 극단적 기상이변이 더욱 빈번해지고 강력해질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극한 기후변화로 사회 경제적 피해도 대규모화하고 있다. 폭염·폭우·산불 등으로 사우디·인도·중국 등 개도국은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농업·광업 등 기후변화에 민감한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농업부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옥수수와 콩과 같이 국제적으로 특정 지역 생산 집중도가 높은 일부 농산물은 해당 지역의 기상여건 악화로 작황이 타격을 입게 되면 글로벌 공급체계가 훼손되어 수급과 가격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극한 기후변화는 민간 소비와 투자의 위축, 노동 생산성 감소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장률 하락과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여 통화정책 전환시기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국의 기후변화 대응은 다소 주춤하는 듯하다. 기후변화의 대표 선두주자인 EU는 2050년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친환경산업정책 패키지 '그린딜(Green Deal)'을 마련하는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최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탈탄소화 환경규제에 대한 산업계 반발과 정치적 논란이 만만치 않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였으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가 '반ESG' 활동으로 위축되고 있고, 더욱이 친환경 정책을 녹색사기로 치부하고 화석연료 산업 지원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기후변화 대응이 대폭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이 '탄소중립 2060'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경기부양책을 자주 동원하고 있어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기후변화 대책들은 차근차근 제도화되고 있다. EU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5년 말까지 전환기간을 끝내고 2026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은 '미국판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청정경쟁법(CCA)을 2025년 1월부터 시행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모든 상장기업에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기후 공시 규칙을 적용할 예정이다. 중국은 녹색산업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녹색기술경쟁을 선도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의 세계적 흐름은 이제 불가역적이며, 탈탄소화 규제와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이제 기후리스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천적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달 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극한 폭염이 뉴노멀이라고 하면서 전 세계적 행동을 촉구한 바 있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탈탄소와 녹색전환 관련 글로벌 무역·금융 규제, 녹색기술 경쟁에 대응한 우리 경제의 적응력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후변화를 새로운 발전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후리스크를 먼 미래가 아닌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이 현존하는 중대하고 시급한 위험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사회 전반의 기후변화 대응력을 제고할 수 있는 실천가능한 방안부터 실행해야 한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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