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할당제' 유혈 시위 한 달 만에
총리 퇴진 요구하며 다시 대규모 시위
하시나 총리 "시위대는 테러리스트"
이른바 '공무원 할당제' 반대 시위로 지난달 유혈 사태를 겪었던 방글라데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재개됐다. 정부는 또다시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를 비롯해 전국에서 벌어진 수만 명 규모의 시위를 정부가 강경 진압, 약 50명 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는 200여 명에 달했다.
시위대는 주요 고속도로를 차단하고, 지역 공공기관과 차량 등에 불을 지르며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또 세금과 각종 공과금 납부 중단, 노동자 동맹 파업 등을 선포했다. 이에 방글라데시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시위가 거세지자 정부는 전국에 무기한 통행금지령을 재차 내리고 인터넷을 차단시켰다.
하시나 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 회의 후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학생이 아니라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테러리스트"라며 "나는 우리 국민에게 강력한 힘으로 이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의 대규모 시위는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에서 비롯됐다. 1971년 파키스탄과의 독립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자녀에게 공직의 30%를 할당하는 정책으로, 2018년 폐지됐다가 최근 법원이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던 것이다.
구직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에 정부가 군 병력까지 배치하는 등 무력 진압에 나서면서 지난달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방글라데시 대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의 공직 할당 규모를 5%로 수정하는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시위도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시위대가 요구한 하시나 총리 사과, 체포자 석방 등이 수용되지 않으면서 다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BBC는 시위가 정권 퇴진 운동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하시나 총리에게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장수 여성 정부 수반'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하시나 총리는 올해 1월 야권의 보이콧 속 치러진 총선에서 5선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정적 탄압과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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