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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일 만에 서열 2위→1위로… ‘베트남의 시진핑’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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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일 만에 서열 2위→1위로… ‘베트남의 시진핑’ 될까

입력
2024.08.05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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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럼 베트남 국가주석, 서기장으로 선출
"새 서기장 중심으로 권력 '개인화'할 것"
"중국처럼 ‘독재 리더십’으로 이끌 수도"

또럼 베트남 신임 서기장이 3일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로 들어오며 손을 흔들고 있다. 하노이=EPA 연합뉴스

또럼 베트남 신임 서기장이 3일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로 들어오며 손을 흔들고 있다. 하노이=EPA 연합뉴스

‘공안통’으로 여겨지는 또럼(67) 베트남 국가주석이 권력 서열 1위 공산당 총비서(서기장)에 올랐다. 막강한 수사권을 지닌 공안부 장관을 거쳐 서열 2위 주석직을 맡은 지 77일 만이다. 반(反)부패 수사 칼자루를 쥐고 경쟁자들을 차례로 제거해 온 그가 최고 권력자 자리까지 꿰차면서, 권력을 분점하는 베트남의 전통적 ‘집단지도 체제’가 중국과 같은 ‘1인 권력 집중 체제’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정부패 척결 앞장선 '칼잡이'

베트남 공산당은 3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럼 주석을 당 서기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응우옌푸쫑 서기장이 80세를 일기로 별세한 지 15일 만에 후계자가 정해진 것이다. 럼 신임 서기장으로선 올해 5월 18일 국가원수로서 상징적 권력을 갖는 주석이 된 지 석 달도 안 돼 1인자까지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됐다. 임기는 2026년까지다.

럼 서기장을 권력 최정점으로 이끈 원동력은 부패 척결 수사다. 그는 40여 년간 한국의 경찰과 국가정보원을 합친 역할을 하는 공안부에 몸담았다. 2016년부터 장관을 맡으며 쫑 서기장이 주도한 부정부패 척결 사정 작업의 ‘칼잡이’ 역할을 해 왔다. 당·정부 간부와 기업인 수천 명을 체포한 수사였다.

특히 차기 지도자 후보군에 속한 최고위 인사들이 제거됐다. 지난해 응우옌쑤언푹 주석이, 올해엔 보반트엉 주석과 브엉딘후에 국회의장, 쯔엉티마이 당 조직부장 등이 줄줄이 낙마했다.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재커리 아부자 미국 국방대 교수는 “럼 서기장이 반부패 수사를 무기로 정치국 내 서기장 자격이 있는 경쟁자를 체계적으로 쓰러뜨렸다”고 분석했다.

또럼 베트남 신임 서기장이 3일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 위치한 호찌민 초대 국가주석 동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또럼 베트남 신임 서기장이 3일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 위치한 호찌민 초대 국가주석 동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반부패 수사에는 더 탄력이 붙게 됐다. 럼 서기장은 3일 오후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이 싸움으로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었다”며 “중단 없이, 성역 없이 부패 척결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기조를 반영하듯, 베트남 공산당은 4일 경제 부문을 총괄해 온 레민카이 부총리 등 고위직 4명의 사임을 승인했다. '부패 관련 당 규정 위반'이 이유였다. 취임 하루 만에 정적 제거의 칼을 또 휘두른 셈이다.

집단지도체제 약화하나

다만 일각에서는 베트남의 독특한 정치 형태인 ‘집단지도 체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 국방부 산하 군사전략연구소(IRSEM) 연구 책임자인 브누아 드 트레글로드 연구국장은 AFP통신에 “럼은 베트남 정치 심장부 공안의 지원을 받는 강력한 정치인”이라며 “베트남 권력이 그의 주변으로 ‘개인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지난달 25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또럼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과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지난달 25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또럼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과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베트남은 수뇌부(당 정치국원) 14~18명이 정책을 결정한다. 이 중에서도 서열 1~4위인 서기장(국정 전반),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나눈다. 권력의 개인 집중을 줄이고 정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체제다.

그러나 공안을 등에 업은 럼 서기장이 단기간에 공안부 장관, 주석에 이어 ‘서열 1위’까지 거머쥐자 힘이 한데 모이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신임 서기장이 주석직을 겸직하면, 베트남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처럼 ‘독재적 리더십’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럼 서기장이 서기장직과 주석직을 함께 유지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는 겸직을 염두에 두고 있겠지만, 당 정치국에서 반대가 거센 탓에 조만간 새 국가주석 선임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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