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모녀 3인 연합 임시 주총 청구에
장·차남 "OCI 합병처럼 일방 통보" 반발
소액주주 표심 따라 경영권 좌우될 듯
신 회장 "표 대결 외 다른 방법 찾는 중"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중재로 경영권 분쟁을 끝내겠다던 한미약품그룹 창업가가 다시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신 회장과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3인 연합'이 경영권 탈환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청구한 데 대해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공식 반발하면서다. 결국 창업가 화합이 무산되고 또 주총 표 대결로 그룹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신 회장은 갈등이 표 대결로 치닫는 걸 막기 위한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30일 신 회장은 한국일보 전화 통화에서 장·차남의 반발에 대해 "아직 화합을 위한 중재를 끝낸 건 아니다"라며 "(가족 간) 대화가 잘되면 좋고, 안 되더라도 다른 여러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결국 또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거란 우려에는 "회사가 잘되는 쪽으로 다른 방법도 여러 가지 구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이날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임시 주총 소집에 대해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신 회장이 창업가 분쟁에서 중재자로 나선 뒤 임 대표가 처음 공식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임 대표의 입장문은 사실상 분쟁 재점화를 알렸다. 입장문에서 임 대표는 "최근 다른 대주주(신 회장)가 언급한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미 현재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면서 "지난 5월 가족 모두가 합심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합의했는데 지켜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고 모녀 측을 에둘러 비판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도 임시 주총에 반대하긴 했지만, 동생 임 대표와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신 회장의 구상 자체를 반대하는 임 대표와 달리 임 이사는 신 회장의 이사진 합류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 형제간 이견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임 이사는 측근을 통해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으로 합류하는 건 동의하지만, 이사회에 2명을 추가하는 건 반대한다"며 "임시 주총이 열리더라도 (이사회 확대) 안건 통과는 불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반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3인 연합은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을 현재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3명(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의 신규 이사 선임을 추진하겠다고 29일 발표했다.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현재 5명인 형제 측 이사 수보다 많은 7명(현재 4명)의 이사를 확보하게 돼 모녀 측은 지난 3월 정기주총 이후 6개월여 만에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다.
결국 국민연금공단(지분 6.04%)을 포함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또다시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구조는 3인 연합 측 48.19%, 형체 측 29.07%로, 특별결의 사항 기준인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66.7%)를 넘기기 쉽지 않다. 지난 주총 때 최대주주로 캐스팅 보트였던 신 회장이 이번엔 3인 연합에 들어간 만큼,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표 대결'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3인 연합이 청구한 임시 주총 일정이 당초 이날 정기 이사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임 대표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이에 혼돈 상황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녀가 경영권을 되찾으려면 형제 측 반대를 뚫고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사진 과반의 동의까지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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