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비치발리볼 선수 스테번 펠더
2014년 12세 성폭행하고 1년 징역 살아
11만 명 '자격 박탈' 청원에도 결국 출전
미성년자 성폭행 전과가 있는 네덜란드 남자 비치발리볼 대표팀 스테번 판더 펠더(29)가 28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그는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국제 여론에도 출전을 강행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펠더는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샹 드 마르스 광장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을 상대로 경기를 치렀다. 펠더가 소개되는 순간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가디언은 "올림픽에서 선수를 향해 야유가 나오는 건 이례적"이라며 "경기에 앞서 멕시코 노래에 맞춰 댄서들이 춤을 추고 관중이 환호했던 것과는 괴리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펠더는 2014년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12세 영국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영국 법원에 기소돼 2016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네덜란드로 송환됐고, 1년의 형기만 채우고 출소했다. 펠더는 곧바로 선수로 복귀한 뒤 2018년부터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그는 매튜 임머스와 짝을 이뤄 세계랭킹 11위 자격으로 파리 올림픽 출전 티켓을 획득했다.
한 독일 관중은 영국 BBC에 "(펠더의 출전 소식에) 매우 놀랐다"며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영국인 관중도 "형기를 채우고 출소했다곤 하지만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가) 다른 선택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 네덜란드 관객은 "(펠더는) 이미 처벌을 받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일상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옹호했다. 이날 펠더의 팀은 이탈리아에 3전 1승 2패로 패배했다.
"성폭행범이 '성취의 상징' 되면 안 돼"
펠더의 대표팀 발탁은 일찍이 논란이 됐지만,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NOC)는 그의 출전을 취소하지 않았다. NOC는 성명을 내고 "펠더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며 "그는 엄격한 위험 평가 기준과 점검, 실사를 모두 충족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재범 위험이 없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펠더의 동료 임머스도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그는 벌을 받았고 정말 친절한 사람이 됐다"고 주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 선별은 각 국가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전 세계 시민들은 여전히 펠더의 자격 박탈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는 '아동 성폭행범 스테번 판더 펠더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펠더는 올림픽같이 권위 있는 대회에서 '성취의 상징'이 돼선 안 된다"며 "이는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림픽의 세계적인 이미지와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와 연관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청원엔 29일 기준 11만 명 넘는 사람이 서명했다.
펠더의 경기 이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바로보기)에서 "그의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트리거'가 눌릴 비슷한 범죄의 생존자들을 생각해보라"며 "이들에게 올림픽은 축하의 장이 아닌 고통을 상기시키는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미 USA투데이(바로보기)도 "올림픽을 통합과 영감의 장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누구나 펠더의 출전에 질색하고 있고, 그래야만 한다"며 "네덜란드 대표팀은 경기에서 패했고, 파리 올림픽도 패배했다"고 비판했다.
펠더는 오는 31일 칠레 대표팀과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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