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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과방위에 미래를 맡겨도 될까

입력
2024.07.3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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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이럴 거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에서 방송을 떼는 게 낫다."

요즘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나 관련 공무원, 학자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과방위 여야 의원들이 KBS, MBC, EBS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장악을 두고 무한 충돌을 반복하느라 과학기술·통신·플랫폼 등의 정책 현안과 관련한 갈등을 조정하고 법을 만드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다.

게으른 과방위 때문에 국민들도 피해를 보고 있을까? 부동산처럼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분야가 아니어서 산업계 일로만 생각했다면 이참에 같이 따져보자.

우선 ①정부24와 같은 정부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를 막을 책임의 절반이 국회에 있다. 이달 중순에도 고용24나 워크넷 등 고용 취업 관련 정부사이트가 일제히 먹통이 돼 국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정부가 만든 사이트가 툭하면 멈추는 이유는 단순하다. 발주자인 정부가 개발업체에 돈을 최대한 적게 주면서 빠르고 좋은 사이트를 구축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공 SW 사업 환경을 개선하고 정당한 대가 실현을 통해 SW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문제의 실마리가 풀린다. 법 개정 없이 힘든 일이다.

②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정부가 지난해부터 폐지한다고 공언해 휴대폰 교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는데 국회에선 감감무소식이다. 단통법이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이라는 생각엔 정부도 여야도 이견이 없다. 이통사의 단말기 지원금을 규제했더니 이통사들이 딱히 다른 서비스 경쟁을 하지 않았고 소비자 혜택만 많이 줄었다고 봐서다. 물론 단통법을 폐지하더라도 통신사들이 예전처럼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가계 부담이 큰 통신비와 단말기 가격 경쟁 촉매제 역할을 할 다른 정책적 대안을 정부도 국회도 내놔야 한다.

③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AI 기본법'이 없다. 21대 국회부터 과방위의 방송 전쟁에 밀렸다. 천문학적 투자금을 쏟아붓는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한국의 AI 기술은 이미 한참 뒤처져 있는데, AI 기본법 제정이 늦으니 기업들은 AI를 개발해도 뒤늦게 규제에 걸릴 것을 우려해 투자를 미루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 역시 국민 생활과 연관이 있다. 인터넷 검색과 메신저 기술을 가졌던 한국이 AI 분야에선 다른 나라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구글의 유튜브가 국내 방송을 점령한 후 구독료를 올려도 저항할 수 없던 것처럼, 빅테크가 AI 기술을 독점한 미래에는 AI 사용 비용이 높아질 게 뻔하다. 챗GPT가 언제까지 무료일 순 없지 않나. 이렇게 되면 개인과 국가의 은밀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빅테크가 모든 산업 피라미드의 최상단에 있을 것이다.

이제 과방위 분리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 과방위는 당장 먹고사는 일이 아니라도 미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크다. 그러나 여야 모두 공영방송 장악 욕심을 버리지 않는 이상 정권에 관계없이 과방위의 개점휴업은 반복될 것이다. 얼마나 갑갑하면 규제 당사자인 네이버의 하정우 AI이노베이션센터장이 국회 포럼에서 "과학과 방송을 꼭 분리해달라"고 읍소했겠나.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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