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지지율 처지 비슷한 바이든·기시다
자민당 내부 "기시다도 거취 결단" 압박
아소, 트럼프 만나 기시다 경쟁자 소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후폭풍이 일본 정계까지 흔들고 있다. 9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준비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한 사퇴 압박이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고려할 때 바이든 대통령과 밀월관계인 기시다 총리의 임기 연장이 일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다.
23일 일본 아사히신문, 지지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내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선언 후 "기시다 총리도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일본 정계와 언론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낮은 지지율로 당내에서 의구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9~21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5%로, 9개월째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지는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고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으로 일본 정계에 작은 물결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대항마 안 보여서… 기시다 "정책만 집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상도 '기시다 퇴진론'이 커지는 이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3일 총격 부상 사건 이후 더 오르자 자민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다자간 안보 협력 체계 구축에 공을 들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대로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한다. 장관을 지낸 한 자민당 인사는 아사히에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났으니 기시다 총리도 거취를 확실히 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동했을 때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시다 총리 경쟁자인 모테기 간사장은 9월 총재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모테기 간사장은 전날 한 강연에서 "경제재생담당 장관을 맡았을 때 미일 무역교섭을 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터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장관을 지낸 또 다른 자민당 인사는 아사히에 "중량감 있는 대통령(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할 인물이 총리가 돼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는) 총재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가 거취 압박에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는 지난 19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포럼에서 "가을 일정(9월 총재 선거)을 많이 묻는데, 오로지 정책만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내에 기시다 총리에 맞설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