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유럽방송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
'우크라 침공 반대' 서적 출간 관여 혐의
비공개 재판 탓 판결 사흘 뒤에야 알려져
러시아 법원이 미국인 기자에게 6년이 넘는 징역을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에 이어 미국 언론인이 러시아에서 실형을 받은 두 번째 사례다.
미국 AP통신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대법원이 지난 19일 자유유럽방송 소속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47)에게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쿠르마셰바는 미국·러시아 이중국적자이고, 자유유럽방송은 체코 프라하에 본부를 두고 미국 의회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 언론사다.
가족들도 판결 사실 몰라
러시아 법원은 쿠르마셰바가 러시아군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서적 출간에 관여했던 점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그는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 40명의 목소리를 담은 책 '전쟁 반대' 제작에 편집자로 참여했다.
자유유럽방송 사장 스티븐 카푸스는 "이 재판과 유죄 판결은 정의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쿠르마셰바 실형 소식은 판결 사흘 뒤에야 알려졌다. 법원 홈페이지에 유죄 판결 사실이 공지되기는 했으나, 가족들이 별도 통지를 받지는 않았다. 게다가 정확한 형량은 언론 문의를 받은 후에야 공개됐다고 AP는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 법원이 지난 19일 게르시코비치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하기 전 WSJ 및 가족들에게 일정을 사전 고지한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비공개 결정은 다소 이례적이다. 두 사람은 같은 날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앞서 쿠르마셰바는 지난해 5월 투병 중인 모친을 만나러 러시아에 입국한 뒤 같은 해 6월 출국 도중 공항에서 체포됐다. 미국 이중국적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여권을 압류당한 채 자택에 머물다가 '미등록 외국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다시 구금됐다. 러시아 검찰은 같은 해 12월 허위 정보 유포 혐의를 추가해 쿠르마셰바를 재판에 넘겼다.
쿠르마셰바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서방 국가에 수감된 자국 수감자와 교환할 목적으로 미국인들을 구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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