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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억원에도 오겠다는 의사 없어… '야간진료·응급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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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억원에도 오겠다는 의사 없어… '야간진료·응급실 중단'

입력
2024.07.21 19:00
수정
2024.07.21 19: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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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야간진료 멈춰
성남의료원 구인난 결원율 44%로 껑충
을지대병원 소아응급실, 주 2일만 운영
"공공의료·필수과목 환경개선 필요"

경기도립의료원 안성병원 신규 의사 근무조건. 안성병원 홈페이지

경기도립의료원 안성병원 신규 의사 근무조건. 안성병원 홈페이지

“연봉을 1,000만 원 더 올렸는데도 지원자가 없어 걱정입니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은 지난해 10월 필수의료 분야인 소아·청소년과를 개설하며 의사 3명을 모셔왔지만, 1년도 안 된 현재는 인력난에 허덕여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개설 4개월 만인 올해 2월 전문의 1명이 사직하고, 모 대학병원 파견 전문의 1명마저 파견 기간 만료로 대학병원으로 복귀하면서 현재 전문의 1명만 남아 진료하고 있다. 3월과 5월 낸 의사 구인 공고에 지원자가 없어 이후 연봉을 1,000만 원 올린 2억7,000만 원으로 제시한 3차 모집에 나섰으나, 이번에도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 병원 관계자는 “전문의를 뽑지 못해 지난 3월 4일 이후 석 달째 야간진료(오후 5시 30분~11시 30분)를 못 하고 있다”며 “야간진료가 멈춰 주민에게 돌아가는 의료혜택이 줄어 안타깝다”고 했다.

일부 공공병원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민간병원도 마찬가지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 심화에다 의대 입학정원 증원 갈등이 더해지면서 의사 구인난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고스란히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연봉 4억원 제시해 의사 모셔온 병원, 또 의사 이탈

전국 기초지자체 공공의료원 중 최대 규모인 경기 성남시의료원(509병상)도 의사 구인난에 직면했다. 지난해 순환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응급의학과 신규 의사 6명을 채용하기 위해 네 차례 모집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 충원은 불발됐다. 업계 상위 수준의 연봉(2억8,000여 만 원~4억 원)을 담은 당근책도 소용이 없었다. 성남의료원 의사직(정원 99명) 결원율은 2022년 30%대에서 지금은 44%까지 치솟았다.

성남시의료원 전경. 성남시의료원 제공

성남시의료원 전경. 성남시의료원 제공

강원 속초의료원은 지난 8~10일, 14일에 이어 22~24일 응급실 문을 또 닫게 됐다. 응급실 전문의 5명 중 2명이 최근 병원을 떠나면서 정상적인 응급실 운영이 어려워진 탓이다. 속초의료원은 지난해 2월에도 전문의 3명이 그만둬 연봉 4억 원을 제시하며 급히 인력을 충원했으나 또다시 공백사태를 맞게 됐다.

지방의료원의 의사 구인난은 최근 더 심각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35곳 지방의료원 의사 결원율은 2018년 7.6%(정원 1,037명·결원 79명)에서 2023년 13.4%(정원 1,422명·결원 191명)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공공의료 인력난, 민간병원도 마찬가지

민간병원도 의료공백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의정부을지대병원은 경기도의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으로 신규 지정돼 지난달 '24시간 중증 소아응급 환자를 위한 응급실'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3월 이후 5번에 걸쳐 채용공고를 냈으나, 소아과 전문의 등 의사 정원 5명 중 단 1명만 채용하는 데 그쳤다. 연봉을 3억3,000만 원까지 올렸으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주 5, 6일 24시간 운영할 예정이던 응급실은 개원 이래 화·수요일(낮 12시~밤 12시) 이틀만 운영되는 실정이다.

의사 구인난을 겪는 공공의료원 상당수는 정주여건이 떨어지는 도심 외곽에 자리한 데다, 전공의(수련의사)도 없이 응급실 당직부터 진료와 수술까지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 격무로 인해 의사들이 지원을 꺼린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의료계 집단행동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안성병원 관계자는 “최근 전공의 집단사직 등의 여파로 대학병원 의사 인력파견도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용균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는 "의사들이 멀리하는 공공의료원이나, 소아·분만, 응급의학 등 기피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가산 수가(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주는 의료 대가)를 적용해 복지혜택을 늘리는 등 지원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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