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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맥도널드엔 치즈버거가 없다

입력
2024.07.22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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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스라엘에서 파는 고기는 상당히 짠 경우가 있다. 고기의 피를 빼기 위해 소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피는 생명이기에 먹지 말라고 성경이 말하는데, 전통적 유대인은 이런 방법으로 고기를 가공한다.

행여 보수적인 유대인 친구에게 “치즈버거 먹으러 가자”고 하면 안 된다. 이유는 성경이 다음과 같이 말하기 때문이다. "너희는 새끼 염소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아서는 안 된다."(출애굽기 23:19). 동물의 살과, 동물을 키우기 위해 어미가 먹였던 젖을 함께 취하는 것은 유대인에게 혐오스러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약성서에 대해 논의하는 해외 학회에 가보면, 식사 코너 한 곳에 유대인을 위한 음식이 따로 차려져 있기도 하다. 이곳 피자에는 치즈 위에 햄이 없다. 아쉽게도 올리브나 버섯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 유대교에서는 ‘스테이크를 먹은 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 고기가 아이스크림(우유, 즉 젖으로 만든)과 함께 위 안에서 섞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독일계는 세 시간, 동유럽은 여섯 시간을 주장했다. 네덜란드 유대교에서는 ‘한 시간 만에 가능하다’며 자신들의 활발한 소화력을 자랑했다.

비단 아이스크림뿐이랴. 신실한 유대교 가정은 유제품과 육류를 따로 요리하기 위해 늘 두 벌의 식기구와 조리 기구를 마련해 둔다. 포크, 나이프, 그릇, 심지어 설거지하는 싱크대도 따로 둔다. 싱크대가 하나일 경우 늘 끓는 물로 철저하게 청소하며, 오븐의 경우 용접용 토치로 철저하게 진멸한다.

먹을 수 있는 육류나 어류도 까다롭게 지정한다. 레위기를 보면, 어류의 경우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어야 정(淨)한 음식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유대인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오징어나 낙지, 새우 등은 안 먹는다. 조류의 경우 ‘육식을 하는 야생 조류’를 금하는데, 아마도 죽은 사체를 먹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시체는 생명에 반하는 것으로, 구약성경이 신학적으로 매우 부정하게 여긴다. 육류는 ‘되새김질을 하며 발굽이 갈라진 것’만 먹는다. 그래서 잘 아시다시피 그쪽 지역에서 돼지고기가 환영받지 못한다.

이랬던 유대인 사이에서 예수가 등장했다. 예수도 유대인이고 처음에 그를 따랐던 이들도 대부분 유대인이었는데, 이들은 전통을 떠나 혁명적 성서 읽기를 시작했다. 구약성경의 문자를 법조문처럼 읽고 따르는 방식에서 해방되어, 예수의 사랑과 희생정신을 조명하는 글로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택에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닌 단군의 자손도 신의 은총을 받는다고 믿게 됐다. 그리고 할례(포경수술)를 받지 않아도 남자든 여자든 떳떳한 신앙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게 됐다. 아울러 교인들은 맛있는 삼겹살집에서도 회식을 하게 됐다.


기민석 목사·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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