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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치고 부풀리고... 전북도 '12조 투자 유치' 실적 과대 포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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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치고 부풀리고... 전북도 '12조 투자 유치' 실적 과대 포장 논란

입력
2024.07.17 15:29
수정
2024.07.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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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청 투자 실적과 80% 겹쳐
대부분 서류상 계획에 불과해
실제는 초라한 성적에 그쳐
청년 인구 유출 막기에 역부족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1일 도청에서 민선 8기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2년 간의 소회와 도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1일 도청에서 민선 8기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2년 간의 소회와 도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 계열사 6개 유치를 포함해 12조 8,000억 원의 사상 최대 유치 실적을 달성했다."(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내외 2차전지 기업을 중심으로 10조 2,0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 기자간담회)

김관영 지사가 발표한 최근 2년간 도 투자 유치 실적 대부분이 아직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서류상 계획에 불과했다. 또 전체 투자액 중 약 80%는 비슷한 기간 새만금개발청이 이끌어낸 성과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전북자치도가 김 지사 공을 부각하기 위해 투자 유치 규모를 부풀린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명지 전북도의원은 17일 "전북도의 기업 유치 실적을 살펴본 결과 양해각서(MOU)라는 서류상에만 존재할 뿐 실제와 큰 차이가 있다"며 "마치 내용물은 적고 질소만 가득한 과대 포장된 과자와 같았다"고 지적했다.

도는 김 지사 취임 이후 민선 8기 성과로 총 130개 기업 유치와 12조 8,000억 원 투자, 일자리 창출 효과 1만 3,600개를 꼽았다.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60개사 5조 3,511억 원,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70개사 7조 4,883억 원 등이다. 도는 연평균 투자 규모가 민선 7기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모습. LG화학 제공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모습. LG화학 제공

하지만 도가 밝힌 전체 투자 유치액 중 새만금 외 지역의 기업 유치 실적만 따지면 약 2조 원에 그친다. 실제 해당 기간 도내 전체 투자 면적 510만㎡ 중 절반에 가까운 251만 4,414㎡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쏠려 있다. 1조 원 이상 투자 협약을 맺은 5개 기업도 새만금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 의원이 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투자가 이뤄진 토지 면적은 320만㎡(62.7%), 자본은 총 8,073억 원(6.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는 전체 계획의 4%인 551개에 그쳤다.

도 관계자는 "4개 기업은 투자를 계획대로 마쳤고, 나머지 120개 기업은 투자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6개는 자금난 등으로 투자를 철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 매매부터 입주 계약, 환경영향 평가 등 투자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데에만 통상 2~3년 정도 걸린다"며 "새만금개발청과 도가 함께 참여해 만든 실적이기 때문에 양측이 발표하는 수치가 겹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송정근

그래픽=송정근

이에 대해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북도가 발표한 투자 유치 실적 12조 원은 새만금을 제외한 신규 기업 유치 실적인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김 지사와 전북도가 새만금 기업 유치에 많은 도움을 준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역 경제계에선 "전북 지역 투자 계획 대부분이 새만금에 집중돼 도내 인구 유출 감소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상 최대 투자 유치'라는 도 홍보와 달리 현실은 구직 등을 이유로 지역을 떠나는 청년이 해마다 늘고 있어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2023년 전북 20~30대 청년 1만 5,344명이 타 지역으로 빠져 나갔다. 김 의원은 "김 지사 취임 이후 전북 인구는 3만 2,394명이 줄어 현재 174만 5,885명이고,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순유출 인구가 1만여 명이나 되는 것이 도가 마주한 엄혹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현되지 않은 투자 실적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지 말고, 실제 투자가 이뤄진 것과 아직 실행되지 않은 투자는 분리·명시해야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희진 전북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갈수록 '평생 직장', '평생 정주' 개념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단순히 '일자리 개수를 몇 백 개 늘렸다'고 홍보한다고 해서 지역을 떠나려는 청년을 붙잡을 수 없다"며 "청년이 오래 살고 싶고, 경험해 보고 싶은 문화와 콘텐츠가 풍부한 지역이 되려면 전북만의 특색과 매력이 담긴 브랜드 구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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