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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정치와 정치인의 망각

입력
2024.07.16 19: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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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천안 서북구 유관순체육관에서 15일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정견발표 도중 각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뉴스1

천안 서북구 유관순체육관에서 15일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정견발표 도중 각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뉴스1

출근길에 정치 뉴스를 훑어 보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집어삼킨 '도파민 자극' 콘텐츠의 범람에서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싶다. 시급한 현안이 메인 뉴스가 되지 않은 지는 오래다. 영부인 논란이 수개월 동안 헤드라인에 있지만 무엇 하나 시원하게 해소된 바가 없다. 문자나 통화 등 사적으로 오간 대화들이 공방의 증거가 되면서 문제의 핵심을 따지는 말보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말들이 재생산된다.

새로운 국회도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 야당 주도로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시나리오가 반복된다. 서로가 독단을 부리며 부딪히는 동안 양 진영의 정치인이 뱉은 비판의 메시지가 헤드라인이 된다. 주변 친구들에게 정치 뉴스를 보냐고 물으면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정당의 소식만 너무 많다"거나 "다루는 문제가 많지 않아 정치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누가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하는 이유다.

'정치다운 정치'를 본 지가 너무 오래 됐다. 정치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멋진 도파민은 이런 게 아니다. 절대로 해결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극복하는 장면, 여러 정당이 서로가 세워둔 공고한 전선을 조금씩 넘어서 손을 잡고 문제 해결에 한발 더 다가서 공동 결과물을 내놓는 장면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숨은 의혹을 들춰내고 뉴스에 나오지 않는 정치인의 셈법과 공작을 고발하는 자극적인 도파민만 뿜어내고 있다. 정치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를 보는 느낌이다.

문제는 정치인이 이런 흐름을 방관하는 걸 넘어 주도하면서 유권자가 정치를 대하는 방식도 더 극단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후보 합동 연설회에서는 지지자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심지어 의자 등 기물을 던지는 일들도 벌어졌다.

이런 일이 왜 점점 더 자주 생기는 걸까. 정치인이 그래도 된다고 앞장서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상대 후보를 무너뜨리기 위해 크게 소리 지르면서도, 정당이나 국가의 비전과 방향을 세우는 일은 뒷전인 정치인이 트래픽을 장악한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총에 맞는 참사가 있었다. 이게 과연 먼 나라의 이야기이기만 할까. 한국의 총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유세 중에 피습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물론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치인이 하는 말을 무조건 답습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다운 정치를 기다리는 유권자는 오히려 지금의 정치 지형에 끼어들 틈이 없어 침묵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정치인에서 미디어로 이어지고 미디어에서 지지자의 언어들로 이어지는 도파민 위주의 정치를 끊어내지 않으면, 정치가 언젠가 갈등을 넘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손을 잡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유권자들은 정치를 영영 떠나버릴지 모른다는 거다.

기대가 사라진 정치는 외딴섬이 된다. 정말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때가 오면 우리는 누구의 언어에 기대어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정치 뉴스에서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아닌 진정한 문제 해결의 이야기가 보고 싶다. 독단과 갈등이 아닌 대화와 타협이라는 미덕을 본 지가 너무 오래 됐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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