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대마 불법화 가시화
대마 재배 농민부터 부총리까지 '반발'
태국이 대마 마약류 재지정 방침을 두고 시끄럽다. 2년 전 대마 일반 소비를 허용했던 정부가 ‘정책 유턴’에 나서자 대마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연일 거리로 나선 것이다. 당시 대마 비(非)범죄화에 앞장섰던 전 정부 인사가 현 정부에서도 요직을 맡고 있는 탓에 파장은 정치권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마 이점 생각하는 청문회 열어달라"
14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태국에서는 ‘대마 마약 지정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대마초 재배 농가 농민들과 판매자 등 100여 명이 지난 8일 방콕 정부청사 인근에서 대마 화분을 들고 행진한 데 이어, 12일부터는 옹호 단체 ‘대마 미래 연대’ 회원들이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이 단체 회원들은 “규제는 필요하지만 갑작스러운 정책 철회는 관련 업계와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대마의 이점을 논의하는 청문회를 개최할 때까지 금식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조사 없는) 마약 재분류는 재판 없이 형사처벌을 내리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정부를 성토했다.
이는 지난 5일 태국 마약통제위원회가 대마를 마약 목록에 다시 올리고 의료·연구용 대마 사용만 허용한 데 대한 반발이다. 태국은 2018년 아시아 최초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고, 2022년 6월부터는 가정 재배도 허용했다. 이후 태국에서는 향락용(기호용) 대마 사용이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청소년 오남용 등 부작용이 커지자, 지난해 출범한 세타 타위신 정부는 정책 선회에 나섰다. 이달 말 마약통제국(NCB) 승인을 거쳐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내년 1월 1일부터는 다시 대마가 마약류로 취급된다.
대마 뿌리, 가지, 씨 등은 마약류 재지정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향정신성 화학물질을 다량 함유한 대마 싹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향락용 소비는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순간에 ‘범법자’가 될 위기에 처한 대마 농가와 판매자 등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이유다.
'대마 합법화 주역' 현 부총리 "정부 움직임에 제동"
정치권 내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아누틴 찬위라꾼 현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은 “정부의 대마 마약류 재등재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며 이달 말 내각 장관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 보건부 장관을 맡으며 대마 합법화를 이뤄낸 주역이기도 하다.
또 찬위라꾼 부총리가 당대표인 보수 계열 정당 품짜이타이당은 쁘라윳 짠오차 전 총리가 이끌었던 전 정부가 대마 허용에 나섰을 당시, 연립정부 소속으로 이를 적극 지지했다. 이 당은 지난해 새로 꾸려진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 정당(푸어타이당) 중심 연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새 연정에서 집권 푸어타이당 다음으로 영향력이 크다.
찬위라꾼 부총리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태국 법률이 지도자 변덕에 따라 계속 바뀐다면 어떤 사람이 투자하러 오겠느냐”며 “대마를 다시 범죄로 여기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국가 신뢰도를 잃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자신의 결정이 ‘그릇된 판단’으로 판명되게 되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타위신 총리와 찬위라꾼 부총리의 공개 의견 불일치는 대마초를 고리로 한 불안한 여당 내부 긴장을 드러낸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마 마약류 지정을 강행할 방침이다. 솜삭 텝수띤 태국 보건부 장관은 찬위라꾼 부총리의 기자회견 직후 “지난 6월 대마 관련 공청회 참석자 11만1,000명 중 80% 이상이 대마의 마약 분류를 지지했다”며 “대마는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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