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관저 부지 기증자 아호 '동명재' 명명
서갑호 유가족 "한일 친선에 큰 도움 되길"
"한국을 매우 좋아하고 자주 가요. 이 자리를 통해 한국과 저의 관계도 깊어지길 바랍니다."
재일동포 사업가 고(故) 서갑호 방림방적 회장의 증손녀 사카모토 안쥬(16)는 12일 일본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 대사 관저에서 열린 '동명재' 현판 제막식에서 이런 인사말을 전했다. 애국심 하나로 한일 두 나라의 발전과 관계 개선에 이바지했던 증조할아버지 서 회장의 업적을 더 많은 한국인, 일본인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한일 친선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일대사관과 대사 관저는 서 회장이 1962년 한국 정부에 땅을 기증하면서 지금의 도쿄 미나토구에 자리 잡게 됐다. 서 회장의 애국심과 업적을 기리고자 고인의 아호 '동명'을 따 관저에 이런 이름을 붙인 이유다. 대사관 관계자는 "서 회장은 대사관 부지 기증으로 한일 외교사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며 "그의 애국심이 동포 사회에서 퍼지면서 일본 지역 총영사관 부지 대부분은 동포의 기증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할아버지 서갑호 업적, 한일에 더 알려지길"
서 회장은 한국 섬유산업 발전에도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1929년 14세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간 뒤 사카모토방적, 오사카방적 등 섬유회사를 설립했다. 사업이 번창해 한때 일본에서 소득세 납부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경제개발계획에 맞춰 해외동포로는 처음으로 고국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는 한국에서 방림방적을 설립했고, 1973년에는 경북 구미에 윤성방적(현 방림텍스타일)도 세웠다. 서 회장은 교육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노동자들이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동명상고를 설립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의 애국심과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서 회장이 별세한 1976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추서했다. 고인의 손녀 사카모토 사치코는 "'나라면 할아버지만큼 돈을 벌었어도 기증할 수 있었을까, 할아버지의 애국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돌아가신 지 50년이 지났지만 할아버지의 업적이 한일 양국에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덕민 주일대사는 "서 회장의 애국심이 널리 알려지고 대사관이 한일 외교의 전당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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