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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적 30년 전략'과 국회미래연구원의 미래

입력
2024.07.22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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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모처럼 의미 있는 기획 기사에 환호했다. 한국일보가 창간 70주년을 맞아 기획한 '초당적 30년 전략'이다. 인구 소멸, 기후변화 등의 구조적 위기 앞에서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우리 정치의 비루한 속내를 여실히 드러내며 이 기획은 정파를 뛰어넘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미래의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이 제안이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다. 모든 정부가 미래기획위원회, 국정과제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중장기 국정 관리 전략을 수립했지만 정파적 접근과 5년 단임의 한계를 넘지 못해 임기 만료와 함께 모두 폐기되는 수순을 밟았다.

그렇다면 '초당적 30년 전략'의 제도화를 위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국회미래연구원(이하 미래연)의 존재에 주목해야 한다. 미래연은 2018년 설립 이후 '국회미래연구원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으며, 장기적인 국가 비전과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초당적이고 장기적인 미래 연구와 정책 연구를 통해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미래연의 현재는 이런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인구구조 변화, 기후변화, 중장기 기술 발전 예측 등 미래 사회의 중요 과제를 연구하며 정책 입안자들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를 제공하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국가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연의 미래도 그다지 밝지 않다.

첫째, 중장기 미래 연구와 단기 정책연구 사이에서 표류하면 안 된다. 미래연은 ‘장기 비전이 무슨 소용이냐’는 국회 내부의 비난, 혹은 ‘국회 보좌 기능의 활성화에 동참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기 일쑤다. 정책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주장이지만 이는 입법조사처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6개 정부출연 연구기관과의 기능적 분화를 희석하는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정책 공론화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서 한편으론 국민들의 미래 인식 탐색이나 미래 희망 조사를 넘어 미래 비전에 대한 적극적인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론 정치권의 합의 형성에 기여하며 탈정파적 미래 비전을 구축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도 관련법을 제정하고, 초당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제도화해야 한다.

한국일보의 '초당적 30년 전략' 기획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기획이 그 많은 언론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국회미래연구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주목하길 바란다. 초당적 미래 비전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좁다란 건널목이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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