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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서 발 뺀 F1그랑프리, 인천은 유치 박차...'제2 영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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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서 발 뺀 F1그랑프리, 인천은 유치 박차...'제2 영암' 우려도

입력
2024.07.11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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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모나코에서 포뮬러원(F1) 그랑프리 대회 시설을 대회 관계자들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인천시 제공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모나코에서 포뮬러원(F1) 그랑프리 대회 시설을 대회 관계자들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포뮬러원(F1) 그랑프리 대회 유치에 나선 가운데 앞서 F1 대회 주최 측에서 서울시와 부산시에 대회 개최를 제안하며 개최권료로 1,000억 원을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자투성이로 끝난 '제2의 영암대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F1 그랑프리는 전남도가 2010~2013년 영암군에서 개최했으나 1,9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남기고 조기 중단됐다.

1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조만간 F1 대회 유치를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용역비 5억 원과 전문가 자문료 5,000만 원 등 관련 예산은 지난달 인천시의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시의회에서도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 실패로 예산을 낭비한 상황에서 또다시 수억 원을 용역비로 편성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인천시는 지난 4월 6일 유정복 인천시장과 스테파노 도미니칼리 F1그룹 최고경영자(CEO)가 F1 대회 인천 유치를 논의한 이후 두 달도 안 돼 F1그룹의 현장실사와 대회 유치단 구성, 서킷 디자인 업체와의 실무 협의 체결까지 진행해 '졸속 추진' 우려를 낳았다.

2017년 당시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0~2013년 4년간 영암대회 개최를 위해 8,752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흥행 실패로 2010년 725억 원, 2011년 610억 원, 2012년 386억 원, 2013년 181억 원 등 4년 연속 적자 끝에 계약기간 3년을 남기고 조기 종료됐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영암의 실패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며 개최 반대 움직임을 조직화하고 있다. 지난 3일 'F1 개최 반대 인천대책위원회'를 발족한 인천YMCA·인천평화복지연대 등 52개 단체는 "(영암처럼) 전용경기장을 짓지 않는다고 해도 (시가지 서킷 등) 인프라 구축과 개최권료 등에 수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에 F1 팀은커녕 선수 한 명 없는 현실에서 대회가 성공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앞서 대회 개최를 제안받은 서울·부산시 등에 따르면 인천시가 F1 대회 유치 시 부담하는 라이선스 비용 등 개최권료는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영암대회 1년치 개최권료 4,374만 달러(605억 원)는 물론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대회(800억 원)보다 200억 원 많은 수준이다. 부대 비용 등을 감안하면 대회 개최에만 2,000억 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F1 측과 대회 유치를 논의했던 한 서울시 관계자는 "F1 본사 관계자가 광화문 일대에서 대회를 여는 것을 제안하면서 개최권료로 1,000억 원을 제시했으나 행정지원 외 다른 지원이 어렵다고 하니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도 "개최권료를 포함해 2,000억 원가량이 든다고 하는데, 타당성 분석이 필요하고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 심사에 2, 3년이 걸리는 현실에서 당장 개최는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호텔·리조트, 우수한 도심 경관 등의 관광 인프라, F1 대회와 연계된 자동차 산업 인프라 등을 감안할 때 대회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대회 유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F1 측에서 서울시, 부산시와 접촉한 것을 알고 있고 저도 처음에는 (왜 인천인가) 의아했지만 지금은 인천이 최적지라는 생각"이라며 "대회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등 52개 단체로 구성된 포뮬러원(F1) 개최 반대 인천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오전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제공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등 52개 단체로 구성된 포뮬러원(F1) 개최 반대 인천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오전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제공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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