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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무대 올라 노래해도, 박수 쳐도 되는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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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무대 올라 노래해도, 박수 쳐도 되는 클래식?!

입력
2024.07.10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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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예우' 최예지 대표]
전북서 발달장애인 위해 5년째 무료 공연
장애인 60% 중·소도시… 문화향유 기회 적어
"관객과 장벽 허무는 무대… 인식 개선 기여"

지난해 8월 전북 전주대학교 음대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클래식 연주단체 예우 공연 무대에 발달장애인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예우 제공

지난해 8월 전북 전주대학교 음대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클래식 연주단체 예우 공연 무대에 발달장애인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예우 제공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기독교음악(CCM)이 클래식 연주로 울려 퍼지자 객석에 있던 관객 150명이 잇따라 무대 위로 올라갔다. 관객은 모두 장애인. 바이올린·첼로·비올라·베이스 등을 연주하던 단원들이 당황하거나 놀랄 법도 하나 익숙하다는 듯 아무런 동요 없이 연주를 이어갔다. 오히려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관객들도 떨지 않고 마이크를 쥔 채 손뼉 치고 노래 부르며 무대를 즐겼다. 연주자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예술하는 벗들'이라는 뜻의 클래식 연주단체 예우(藝友)가 선보인 공연은 '엄근진(엄숙·근엄·진지)' 분위기의 여느 클래식 공연과는 다르다. 주로 발달장애인 대상 공연이어서다. 2020년 비영리 단체 예우를 설립한 최예지 대표(바이올리니스트)는 9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예우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며 "느슨하고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단원들의 봉사하는 마음이 똘똘 뭉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단원 50명은 석사 이상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로, 서울·경기 등에서 오케스트라 단원, 강사 등 본업에 종사하면서 예우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최 대표 역시 결혼 후 경기도 용인에 살면서 예우 공연차 전주를 자주 오간다.

객석에서 지휘하는 발달장애인. 예우 제공

객석에서 지휘하는 발달장애인. 예우 제공

최 대표가 예우를 설립한 건 10년 전 한 장애인 시설에서 우연히 장애인들의 실상을 알게 되면서다. 당시 욕설이 난무하는 음악을 큰 소리로 따라 부르는 학생을 보고 '장애인들이 유해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애인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줘야겠다고 결심했고, 바로 대학·대학원 동문 10여 명을 불러 모아 공연하기 시작했다. 이후 동참한 연주자가 늘어 지금의 예우가 탄생했다.

최 대표는 발달장애인에게 무료 공연을 하기 위해 정부·지자체의 공모 사업 등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단체 설립 첫해부터 꾸준히 선정돼 5년째 무료 공연을 하고 있다.

최예지 예우 대표. 예우 제공

최예지 예우 대표. 예우 제공

예우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다. 최 대표는 "배리어 프리(사회적 약자를 위해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는 운동·시책) 공연은 대부분 대도시에서 열리는데 전체 발달장애인의 60%가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며 "고향인 전북을 거점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게 예우의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객과의 장벽을 허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첫 공연 때 '공연 도중 소리 내고 움직여도 된다'고 안내해도 관객들은 공연 내내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알고 보니 연주에 방해될까 봐 배려한 것이었다. 이후 최 대표는 공연 중 관객의 참여를 유도했고, 여러 시도 끝에 이제는 자유분방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빈백(사람이 앉는 자세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1인용 소파)에 앉아 무대 위에서 공연을 즐기는 발달장애인들. 빈백은 최예지 대표가 글로벌 소파 브랜드 요기보 측에 요청해 지원받았다. 예우 제공

빈백(사람이 앉는 자세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1인용 소파)에 앉아 무대 위에서 공연을 즐기는 발달장애인들. 빈백은 최예지 대표가 글로벌 소파 브랜드 요기보 측에 요청해 지원받았다. 예우 제공

올해는 지난달 7일부터 전주를 시작으로 무주·진안·장수군 등에서 매달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10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증강현실(AR)과 빈백(사람이 앉는 자세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1인용 소파)을 결합한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글로벌 소파 브랜드 '요기보'가 지원해준 빈백 18개, 스퀴지볼(손운동볼) 62개를 무대와 객석 곳곳에 둬 관객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최 대표는 "앞으로도 클래식 음악 연주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며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군인, 다문화가정, 학교 밖 청소년 등 더 많은 관객을 위해 공연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최예지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를 비롯해 무대에 선 예우 단원들. 예우 제공

최예지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를 비롯해 무대에 선 예우 단원들. 예우 제공


전주=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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