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조치 안 해… 도주 의사도 인정"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20대 여성 디스크자키(DJ)가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지영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안모(24)씨에게 9일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과실범이지만 음주운전 자체에 위험이 내재돼 있으므로 고의범에 가까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유족과 합의했지만 (사망한) 피해자는 자신의 입장을 말할 기회조차 없다"고 질타했다.
사건 직후 반려견을 품에 안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공분을 산 안씨는 앞선 재판에서 "피해자를 구호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도주 의사도 없었다"고 강변했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물리쳤다. 재판부는 "시민들이 구호조치를 할 동안 피고인은 차량 내부에 있었고 경찰이 왔을 땐 길에 주저앉아 있었다"며 "현장 이탈 경위와 상황 보면 도주의 의사도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부 혐의를 인정한 안씨의 진정성도 의심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를 인정하고는 있으나, 피해자가 방향지시등을 켠 채 2차로에서 1차로로 진입했으면 차선을 변경해 속도를 줄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며 "(본인이) 어떻게 운전했고 사고를 발생시켰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씨는 2월 3일 오전 4시 30분쯤 강남구 논현동에서 술에 취한 채 벤츠 차량을 몰다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안씨는 앞서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 상해사고를 내고 도주하던 중,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1%로 면허취소 기준(0.08% 이상)의 세 배에 가까웠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는 1차로로 다니지 못하게 돼 있는데, 피해자가 법을 지키지 않고 1차로에 있어 사고가 났다"거나 "피해자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2차로에서 1차로로 진입했다"는 등 사고 책임을 피해자에 돌려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최후 진술에서는 "생명을 잃은 피해자께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의 변호인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연예 분야에 천재적 재능을 갖추고 중국·태국·대만 등지에서 해외 공연을 하며 국위선양을 했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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