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민속씨름 출범 후 새 체급 도입
인기 회복 가속화 위한 회심 카드
선수들은 역사적인 첫 장사 의지 가득
체중은 더 가벼워지고, 근육은 더 선명해졌다. 줄어든 무게감은 빠르고 역동적인 기술이 대신했다. 눈 깜짝할 새 갈리는 승부에 몰입도가 올라가고, 박진감이 넘쳤다.
모래판에 기술 씨름의 ‘끝판왕’이 등장했다. 민속씨름 출범 41년 만에 새롭게 도입된 역대 최경량급인 소백급(72㎏ 이하)이 8일 충북 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보은장사씨름대회에서 역사적인 출발을 알렸다.
신설 체급이라 출전 선수는 25명뿐이었지만 각자 충분히 씨름의 진수를 선보였다. 강원 강릉에서 ‘직관’을 온 양은지, 양은선 자매는 “기존 체급보다 선수들이 작아져 신기했고, 경기 속도가 빨라 재미 있었다”며 “특히 선수 근육의 움직임이 훨씬 더 잘 보이는 게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예선을 거쳐 9일 장사를 가리는 소백급은 2019년과 2020년 경량급 종목 인기에 힘입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 씨름이 야심 차게 내놓은 ‘흥행 카드’다. 1983년 출범한 민속씨름은 그간 태백(80㎏ 이하), 금강(90㎏ 이하), 한라(105㎏ 이하), 백두(140㎏ 이하) 4체급으로 운영됐지만 이제는 5체급 체제다.
천하장사 출신 윤정수 영암군민속씨름단 코치는 “민속씨름이 처음 시작되고, 초대 장사에 오른 이만기 선배는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며 “오랜 만에 새로운 체급이 생긴 만큼 선수들에게 또 하나의 큰 동기부여가 생겼다”고 반겼다.
실제 역대 최초의 소백장사에 등극하기 위한 선수들의 의지는 뜨겁게 불타올랐다. 대학 시절 소백급과 비슷한 경장급(75㎏ 이하)에서 지난해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루키 이동혁(영암군민속씨름단)은 “처음 치르는 대회라 긴장도 되고, 떨렸다”면서도 “첫 장사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대회 한 달 전 몸무게가 84㎏라 감량에 애를 먹었다는 그는 “매일 뛰고, 찜질방에서 땀 뺐다”며 “고문 당하는 줄 알았다”고 웃었다.
또한 태백급에서 올해 소백급으로 전향한 2년 차 전성근(영월군청)도 “태백급을 뛸 때보다 배로 긴장됐지만 소백장사 타이틀이 욕심난다”고 말했다. 16강에 부전승으로 안착한 1986년생 유환철(용인특례시청)은 “어린 친구들이 경기하는 걸 보니까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씨름의 인기를 위한 책임감도 강하다. 이만기, 강호동 등 스타들이 즐비했던 씨름은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1990년대말 외환위기와 함께 프로 팀이 해체되고, 체중을 늘려 버티는 무게 씨름이 대세가 되며 한 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던 씨름은 훈훈한 외모에 탄탄한 근육질 몸을 갖춘 ‘씨름돌’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전성근은 “스피드 있는 씨름을 추구한다”며 “소백급을 통해 젊은 팬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대한씨름협회는 소백급이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준희 경기운영총괄본부장은 “고등학교, 대학교에 소백급과 비슷한 체급의 선수층이 두껍다. 100명 이상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고, 황경수 대한씨름협회장은 “도입 첫 해라 선수가 적지만 내년에 자리 잡으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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