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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비난이 난무하는 위험한 사회

입력
2024.07.09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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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에 모 자동차 회사의 홍보팀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이 회사 홍보담당 직원이 남성을 혐오하는 손가락 표현을 홍보영상에 여러 차례 포함시키는 일이 온라인상에서 문제가 되면서 해당 기업의 신차 출시 효과를 무위로 만드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제를 일으킨 직원은 남성혐오 사이트의 대표적 손가락 표현을 내보낸 것에 대해 사과하였지만 오히려 이 사과문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혐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감정 가운데 하나이며, 최근에는 혐오라는 감정이 반사회적 행태로 번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서 각 국가의 정부들이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우에는 유대인과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혐오행위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정부 차원에서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성적 소수자 및 아시안계 이민에 대한 혐오를 기반으로 한 공격행동에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싫어하는 것과 혐오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싫어하는 것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는다는 개념이지만, 혐오는 선택하지 않음을 넘어서서 배척하고 공격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혐오도 개인의 자유적 사고 내용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막거나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적인 입장에서 또는 인간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혐오적 행위를 남발한다면 이는 반드시 제재해야 할 대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서울시청 앞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많은 시민들이 희생된 사건에 대해서도 일부 혐오기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차마 언급하기 어려운 수위로 희생자를 욕보이는 혐오적 표현이 다수 올라와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수사기관도 이 글들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갔을 정도로 반사회적, 반인격적 공격행위로 간주하고 법률적인 조치에 들어간 상태이다.

우리는 흔히 사회적 존재로서의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 표현한다. 사람들 사이에 관계성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며, 다른 의미로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다른 사람과 같이 교류하고 공감하고, 양보와 경쟁을 하면서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올바른 길이라는 의미이다. 최근에 온라인 등에 발생하고 있는 이성에 대한 혐오, 외국인에 대한 혐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는 이제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의 반사회적 문제로 바라볼 시점이 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다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 예상된다.

사람은 누구나 미운 사람과 미워하는 집단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경쟁과정에서 상대방을 싫어하는 감정이나 생각이 자연스레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맹목적으로 특정 집단을 말살시켜야 할 대상으로 지목하고, 저주를 퍼붓는 내용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중간이 없고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간 입장에서 조율하고, 협상하고, 융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그만큼 사회지도층도 분열주의와 혐오주의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 같이 살아가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혐오적 행위가 비판받고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제어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혐오를 조장하는 자는 자신도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염건령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탐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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