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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은 IPCC보고서 ... "기후위기 대응, 희미해도 길은 보입니다"

입력
2024.07.05 13: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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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의 이슈메이커]
'기후위기 전도사'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편집자주

한국의 당면한 핫이슈를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예장동 동아시아출판사 남산책방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예장동 동아시아출판사 남산책방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한 달에 10일 정도 기후위기에 대해 강연한다. 이렇게 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1980년 연세대 천문기상학과에 간 건 "원하는 과엔 점수가 약간 모자랐는데 하늘 보며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기상청에 취직한 뒤에도 마찬가지. "매일매일 날씨 맞히는 것만 해도 힘들어 죽겠는데" 전 지구적 기후위기라니, 한가한 얘기라고만 생각했다. 2005년 충남 태안 안면도에 있는 기후감시센터로 발령받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뚜렷한 온실가스 농도 변화를 두 눈으로 확인한 뒤 기후위기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조 전 원장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내는 보고서, 즉 IPCC 보고서다. 1990년 이후 여섯 차례 발간된 IPCC 보고서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기후위기 관련 논문 10만여 건을 검토, 가장 핵심적 내용만 뽑아 1만 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해 둔 것이다.

"과학적으로 엄밀한 대신 놀랍도록 재미없고 가장 보수적으로 쓰인" 보고서다.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인 보고서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들여다본다. "발간 당시 과학 수준에서 가장 확실한 말들만 골라 모았기 때문"이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오전 시간은 기후위기 관련 최근 외신, 주요 논문, IPCC 보고서 등을 서로 비교해가며 공부하는 데 쓴다.

2023년 발간된 IPCC 6차 보고서 표지. 전남 구례에서 찍은 사진이 쓰였다. 희미해도 길은 있다는 의미다.

2023년 발간된 IPCC 6차 보고서 표지. 전남 구례에서 찍은 사진이 쓰였다. 희미해도 길은 있다는 의미다.

지난 4월엔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도 참석했다. 우리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충분치 않다며 청소년기후행동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청구인 측 전문가 참고인 자격이었다. 이때도 가장 큰 무기는 IPCC 보고서였다. "변호인단이 'IPCC 보고서를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라 역시 다르다'고 해주셨을 땐 보고서 읽을 때의 고생이 좀 잊혀서 좋았다"며 웃었다.

지난해 3월 발간된 IPCC 6차 보고서는 표지에다 한국의 전남 구례 지역에서 찍은 사진을 실어 작은 화제가 됐다. 조 전 원장은 그 사진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 했다. 안개가 잔뜩 끼어 있지만 그래도 희미하게나마 길 같은 게 보이는 듯한 광경. 좀 더 용기를 내보자는 제안이자 격려다.

개인적으론 2019년 낸 이후 10만 부 가까이 판매되면서 '조천호'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려준 '파란 하늘 빨간 지구' 완전 개정판도 준비 중이다. 고민은 원고를 쓰다 보니 자꾸 판이 커진다는 점. 빅히스토리, 기후위기, 미세먼지 등 주제별 시리즈로 내놓을지도 모른다.



조태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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