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예산 증가율의 3배 규모인 13.2% 증액
"복원이나 회복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재정 여력이 정말 없는데도 최선을 다해 큰 폭으로 증액한 것입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대통령실은 27일 내년도 정부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13%가량 대폭 늘렸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때 카르텔이라고 공격하던 것과 딴판이었다. 등을 돌린 과학계를 다독이기 위한 메시지를 담는 데 주력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에서 “오늘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통과한 내년도 주요 R&D 예산은 24조8,000억 원으로 올해 21조9,000억 원 대비 13.2% 늘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 총예산 증가율(4%대)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만큼 정부가 신경을 썼다는 취지다.
과학계 민심은 그간 싸늘하게 식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 R&D 예산의 비효율을 지적하며 대대적인 검토와 방향 수정을 지시했다.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다. 갈라먹기의 주범으로 과학계의 이권 카르텔을 지목했다.
이후 정부는 올해 예산을 2023년도(31조1,000억 원)보다 16.6% 감액한 25조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그러자 생계유지가 어려운 과학계 젊은 연구자들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무성했고, 지난 총선에서도 R&D 예산 삭감은 쟁점 이슈로 부각됐다.
뒤늦게 윤 대통령은 과학계에 유화 메시지를 전했다. 총선 이후인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성장의 토대인 R&D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면 폐지하라”, “R&D 투자규모를 대폭 확충하라”고 지시하며 성장의 토대가 되는 R&D에 대폭 지원의사를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은 양적 증가가 아닌 질적 변화를 강조했다. 내년 예산을 늘린 건 국가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박 수석은 "오늘 발표된 주요 R&D 예산은 2023년도보다 조금 큰 수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환골탈태에 가깝게 달라졌다"며 "복원이나 회복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과학 등 3대 ‘게임체인저 분야’와 우주분야, 혁신형 소형모듈형원자로(SMR) 4세대 원전 등에 중점 투자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질적 관행을 없애기 위한 개혁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눠먹기식, 뿌려주기식 R&D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며 “올해 예산을 구조조정한 토대 위에서 내년도 예산의 증액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삭감된 예산으로 이공계 비자발적 실직자가 증가한 것과 관련해선 "전년 대비 삭감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연구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런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진정성과 대폭 증액에 대한 진심을 국민께 잘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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