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수사단' 정종연 PD 인터뷰
에스파 카리나 섭외한 이유는?
예능 속 새 얼굴 향한 갈증 토로
6부작으로 구성된 이유
정종연 PD가 또 한 번 장르를 구축했다. 매니아들의 전폭적인 기대와 지지 속에서 정종연 PD는 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국내에 미스터리 탐험 혹은 추리 예능의 한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정종연 PD가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오컬트 장르에 진입했다.
2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종연 PD는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미스터리 수사단'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미스터리 수사단'은 넷플릭스 두뇌 서바이벌 게임 '데블스 플랜'과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 특유의 탄탄한 세계관과 촘촘하게 설계된 미션 등으로 두터운 팬덤을 구축한 정종연 PD의 신작이다. '미스터리 수사단'은 수상한 폐공장에서 실종자 3인을 추적하다 기묘한 사건에 휩쓸리는 첫 번째 사건부터 잠수함 미다스호에서 벌어진 기괴한 진실이 드러나는 두 번째 사건까지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이날 정 PD는 공개 이후 팬들의 반응을 들여다본 소회를 전했다. '대탈출' 이후 그의 작품을 애정하는 매니아 층들의 시청 후기가 이어졌던 터다. 이에 정 PD는 "기존에 '대탈출'이라는 방송이 있었고 고점과 비교하게 된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했던 부분과 비교하게 된다. 이런 예능은 처음에 모아서 시작할 때가 가장 어렵다. '대탈출'이나 '여고추리반'이 그렇다. '대탈출'과 비교했을 땐 좋은 출발이다.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익숙해지면 더 잘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번 '미스터리 수사단'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점은 출연자들의 연령대다. 이용진 이은지를 비롯해 카리나 김도훈까지 전체적으로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정 PD를 비롯해 많은 예능 PD들이 갖는 고민이기도 했다. 주 시청층이 타 예능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어리다는 점을 감안, 지금의 라인업이 완성됐다. 정 PD는 기획 단계에서 프로그램과 적합한 이들을 찾기 위해 여러 연예인들을 모색했고 카리나가 정 PD의 눈길을 끌었다. 카리나가 갖고 있는 아이코닉한 매력, 또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 등이 정 PD가 카리나를 바락한 이유다. 실제로 만난 카리나는 어떤 인물이었냐는 질문에 정 PD는 "카리나에겐 여자 아이돌이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었다. 현장에서의 카리나는 생각보다 웃기고 싶어 한다. 에스파의 리더이자 맏언니이기에 책임감이 있고 해내야 한다는, 나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캐릭터였다"라고 짚었다.
어드벤처 예능이지만 정 PD는 뛰어난 능력치보다는 평범한 수준의 재능을 가진 이들을 찾았다. 그가 평소 '약하지만 선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스페셜리티한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등장해 포텐을 발휘하는 형식의 스토리텔링이 주는 기쁨이 더욱 크다고 생각했고 정 PD의 예상은 적중했다. 겁이 많은 멤버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다고도 봤다. 가령 '대탈출'에서 김동현은 유독 겁에 질린 장면이 많은데 이러한 모습들에서 시청자들은 김동현에게 더욱 공감하면서 몰입하게 됐다. 이야기 속에 인물이 들어가서 모험하는 로그이기에 필요했던 장치이기도 하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정 PD의 말을 빌리자면 '튜토리얼'에 가깝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실패 엔딩이 준비돼 있었던 것과 달리 첫 번째 에피소드가 쉬운 난이도로 진행된 이유다. 출연자들이 현장에서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단다. 현장을 떠올린 정 PD는 "개인적으로는 이용진이 의외였다. 생각보다 잘 해냈다. 성취감을 느끼면서 의욕을 느낀다. 참 재치가 있다. 이용진에겐 아직도 뜨거운 감정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내인 김도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도훈을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한 정 PD는 "김도훈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 예능은 그런 맛이기도 하지만 다칠까봐 걱정했다. 납치된 피해자를 번쩍 안는 장면은 김도훈이라는 순수한 영혼이 빚어낸 장면이다. 김도훈은 상자 속 숨겨둔 카메라도 끄집어낼 정도였다. 또 막내 포지션에서 형들을 대하는 태도가 이승기를 떠올리게 한다. 예능적으로 이끌 수 있게 단련된 느낌이다. 예의가 바른데 형들도 놀리고 샌드백도 잘 한다. 예능적으로 열려 있고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라고 언급했다.
정 PD에겐 늘 새 얼굴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방송 활동을 많이 하는 예능인일 수록 보는 이들이 기시감을 느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기왕이면 손이 덜 탄 출연자를 원하죠. 예능을 안 하는 출연자들도 꽤 있기에 본인이 하고 싶어 해야 시너지가 좋아요. 저는 늘 새로운 얼굴을 찾고 있습니다. '대탈출'의 김동현이 제 보석 같은 존재죠."
정 PD는 잠수함 미다스호를 다룬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에일리언 같은 크리처를 구상했다. 심해 괴물이라는 설정 하에 말미잘까지 참고했다는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 PD가 가장 신경을 썼던 지점은 출연자들이 직접 괴물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조명이나 CG 효과가 들어가 보는 이들의 몰입을 돕지만 출연자들 중심으로 흘러가는 '미스터리 수사단'이기에 괴물의 등장이 어색하지 않아야 했다. 만족도에 대해선 "쉽지 않았지만 해냈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인 '제작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정 PD는 그간 그가 맡았던 프로그램들을 비교하면서 "회차로 따지면 '미스터리 수사단'이 가장 많이 들었을 것이다. 다만 물가가 많이 달라졌고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퀄리티도 올라갔다"라고 설명했다. 정 PD는 의도적으로 6부작을 구성하게 됐다고 전했다. 짧은 만큼 더 자주 선보이고 싶었던 까닭이다. 다만 현재까지 다음 시즌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
제작발표회에서 이용진은 정 PD를 두고 "예능의 봉준호"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농담처럼 건넨 말이지만 이용진이 정 PD를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를 회상한 정 PD는 "저도 봉준호 감독님을 너무 좋아한다. 영화와 예능의 디테일이 다르다. 우리는 원테이크에 가야 하니까 시청자들이 봤을 땐 완성도가 대단하지 않더라도 출연자들에겐 다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용진이 신나는 어드벤처를 즐겼다면 그렇게 말할 법도 하다"라고 일부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정 PD에겐 장르적인 부분에 대한 욕심도 적지 않았다. "비슷한 거 나오면 싫죠.(웃음) 나 혼자 해야 하는데. 다른 장르를 개척하고 싶은 생각이 많아요. '대탈출'을 할 때 안 해봤던 것을 했고 보람이 컸습니다. 당시 시청자들에게 애쓴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던 것이 제겐 좋은 경험이었어요."
정 PD는 스스로를 두고 "나는 여전히 내 갈 길을 간다"라고 표현했다. '대탈출'이 큰 인기를 끌면서 여러 유사 프로그램들이 나왔음에도 정 PD가 자신의 브랜드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이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기에 정 PD는 자신이 갖고 있는 큰 그림들을 여전히, 또 다양한 색채로 채워나가며 '뻔하지 않은' 예능을 만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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