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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는 '중국 스파이'? 온라인 카지노 적발된 필리핀 시장 신분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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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는 '중국 스파이'? 온라인 카지노 적발된 필리핀 시장 신분 미스터리

입력
2024.06.27 16:00
수정
2024.06.27 16:24
23면
0 0

'온라인 도박·로맨스 스캠' 범죄 연루된 시장
출신, 과거 행적 모두 불분명... 신분 도용 의혹
이름, 생년월일 똑같은 필리핀계 여성 서류 발견

앨리스 궈 필리핀 밤반 시장. 사진 앨리스 궈 페이스북

앨리스 궈 필리핀 밤반 시장. 사진 앨리스 궈 페이스북

'불법 온라인 카지노' 운영, 인신매매 등으로 적발된 필리핀 작은 도시의 30대 시장을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출신 배경과 과거 행적이 묘연해 ‘중국 스파이’ 가능성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타인 신분 도용 정황까지 나왔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필리핀 간 긴장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인이 필리핀인으로 위장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양국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필리핀 사람 신분 훔쳐 시장 출마했나

27일 마닐라타임스 등 필리핀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상원 여성·아동·성평등 위원회는 전날 열린 불법 온라인 도박업체(POGO) 청문회에서 루손섬 밤반시 시장 앨리스 릴 궈(37)가 제3자 명의를 도용해 가짜 신분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공개했다. 리사 혼티베로스 의원은 “(궈 시장은) 필리핀 사람의 이름과 신원을 훔쳐 시민 지위를 획득하고 시장에 출마한 것 같다”고 밝혔다.

상원은 필리핀 국가수사국으로부터 받은 서류를 증거로 들었다. 여기에는 궈와 풀네임(앨리스 릴 궈), 생년월일(1986년 7월 12일), 태어난 지역(딸락주)이 모두 동일하지만 생김새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여성 모습이 담겼다. 우연히 신상이 일치한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확률이 크지 않은 까닭에 궈 시장의 신분 세탁 가능성이 커졌다. 궈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밤반시는 수도 마닐라 북쪽에 위치한 작은 농촌 도시다. 최근까지 궈 시장의 이름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월 필리핀 정부가 중국 자본이 투입된 불법 온라인 카지노를 ‘범죄 온상’이라고 보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앨리스 궈(사진 왼쪽) 시장과 그와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지역이 모두 동일한 또 다른 여성의 모습.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 페이스북

앨리스 궈(사진 왼쪽) 시장과 그와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지역이 모두 동일한 또 다른 여성의 모습.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 페이스북

밤반 시장실 바로 뒤쪽에 위치한 도박장은 실제로는 중국인과 필리핀인 등 700여 명을 가둬놓고 ‘로맨스 스캠(온라인으로 이성의 호감을 산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을 벌인 소굴로 밝혀졌다. 궈 시장은 해당 업소 부지 절반을 소유 중이었다.


시장 해명에도 신분 도용 혐의 조사 중

불투명한 출신 배경도 의심을 키웠다. 그는 2021년 처음으로 유권자 등록을 했고 이듬해 시장 선거에 나와 당선됐다. 출생 신고는 17세 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궈 시장은 자신이 중국인 아버지와 가정부 출신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 사생아로 태어났고 청소년 때까지 홈스쿨링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어디 살았는지 등의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 답변했다. 이 때문에 필리핀 내에서는 그가 필리핀 정치·사회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투입된 중국 간첩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아직 그와 중국 사이 명확한 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까지 나섰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지난달 “우리는 궈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기 위해 이민국과 시민권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궈 시장은 인신매매 혐의로 고소됐고, 시장 직무는 정지된 상태다. 여기에 신분 도용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추가된 셈이다.

상원은 ‘또 다른 앨리스 궈’의 행방과 생사 여부 확인에도 나섰다. 필리핀 통계청은 법무부에 궈의 출생증명서를 취소하라고 권고했다.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는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궈 시장은) 필리핀 시민권을 박탈당한 뒤 추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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